잠자리채 들고 논길 뛰노는 아이들 ‘동화 속 풍경’… ‘곤충바이오엑스포’ 개최 경북 예천
입력 2012-08-08 17:37
‘곤충의 고장’ 경북 예천이 매미를 비롯한 풀벌레들의 화음으로 싱그럽다. 수십 년 만에 꽃을 피운 삼강주막의 회화나무와 ‘세금 내는 나무’로 유명한 석송령과 황목근, 그리고 천연기념물인 금당실 마을의 소나무 숲은 곤충들의 여름음악회가 열리는 무대. 잠자리채가 지휘봉처럼 허공을 가를 때마다 매미들이 소프라노로 변신한 듯 일제히 목청을 높이기 시작한다.
‘2012곤충바이오엑스포’가 열리고 있는 청정고장 예천이 어린이들의 생태학습체험장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엑스포 행사장인 예천읍내의 공설운동장과 상리면의 예천곤충생태원은 어린이와 학부모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 어린이들은 장수풍뎅이와 사슴벌레, 호박벌과 나비 등을 직접 만져보며 곤충세계의 신비에 빠져든다.
주행사장인 공설운동장은 놀이와 교육을 접목한 공간. 곤충의 알관, 애벌레관, 성충관, 살아있는 곤충관 등으로 꾸며진 주제전시관에서는 수상곤충, 육상곤충, 하늘곤충의 성장과정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밖에도 날개폭 25㎝로 세계에서 가장 큰 나비인 알렉산드라비단제비나비, 몸길이 0.139㎜로 세상에서 가장 작은 곤충인 좀벌 수컷 등이 눈길을 끈다.
공설운동장 앞을 흐르는 한천은 어린이들의 물 놀이터. 백두대간 명봉계곡에서 발원한 한천은 예천읍내에서 내성천과 합류한 후 회룡포를 거쳐 삼강주막 앞에서 낙동강과 합수한다. 물장구치던 어린 시절의 추억이 흐르는 한천에서는 엑스포 기간 중 은어, 붕어, 잉어를 맨손으로 잡는 체험행사도 열린다.
백두대간 가재봉(851m) 기슭에 위치한 예천곤충생태원은 곤충생태체험관을 비롯해 나비관찰원, 수변생태원, 벅스하우스, 곤충체험원 등으로 구성된 전국 최대의 곤충테마공원. 공설운동장 앞에서 무료셔틀버스를 타고 코스모스가 길섶을 수놓은 꽃길을 20㎞ 쯤 달리다보면, 주먹만한 사과가 주렁주렁 열려있는 능금체험마을 과수원을 지나 어느새 예천곤충생태원이 나타난다.
16만5000㎡ 넓이의 예천곤충생태원은 화분매개곤충인 머리뿔가위벌과 땅뒤영벌 등을 인공증식해 산업적으로 이용하는 곳. 꿀벌과 비슷하게 생긴 머리뿔가위벌은 1분 동안 15송이의 꽃을 방문하는 등 화분매개 능력이 꿀벌보다 82배나 높아 예천 과수농가의 효자 일꾼으로 불린다. 호박벌로 불리는 땅뒤영벌도 화분매개 능력이 우수해 예천을 비롯한 전국 과수농가에 공급된다.
예천곤충생태원의 볼거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비단벌레전시관. 비단벌레 13만 마리에서 채취한 영롱한 등딱지날개 26만개로 꾸며져 마치 보석방에 들어선 듯하다. 딱정벌레의 일종인 비단벌레는 초록빛 날개가 아름다워 부와 명예를 상징하는 곤충. ‘왕의 곤충’으로도 불리며 신라시대 왕의 허리띠와 말안장을 꾸미는 장식으로도 쓰였다.
비단벌레전시관 옆에 위치한 바실리스 말벌집은 높이 1m, 둘레 60㎝로, 여왕벌방 1개와 6만7000개의 알벌방·수벌방·애벌레방으로 이루어져 있다. 장수풍뎅이와 사슴벌레 체험장은 어린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곳. 애벌레와 유충은 물론 살아있는 장수풍뎅이와 사슴벌레를 직접 만져 볼 수 있다.
백두대간 청정계곡인 모시골을 사이에 두고 곤충생태체험관 맞은편 산자락에 위치한 나비관찰원은 동양 최대 규모다. 길이 67m, 폭 22m, 높이 16m의 터널형 구조물로 되어 있다. 이곳에는 전국에서 채집된 꼬리명주나비, 호랑나비 등 10여종 1만 마리의 나비가 화려한 군무로 관람객을 맞는다.
분수대가 설치된 모시골 물놀이장과 실개천은 어린이에겐 동심을 심어주고 어른들에겐 추억을 반추하게 하는 공간이다. 아이들은 햇살 머금은 하얀 물보라가 만들어내는 무지개가 마냥 신기하고, 물장구를 치면서 놀다보면 해 저무는 줄 모른다. 어른들은 매미와 계곡물의 우렁찬 합창에 더위를 잊는다.
야생에서 곤충을 만나려면 예천곤충생태원과 가까운 용문면의 금당실 솔숲을 찾아야 한다. 금당실은 정감록에 기록된 십승지 중 한 곳으로 돌담이 아름다운 전통마을. 돌담은 무려 7㎞나 이어지는데, 고즈넉한 돌담 아래에는 과꽃과 봉선화 등이 수줍게 피어 있다.
소백산 줄기를 등에 업은 금당실 앞에는 2㎞ 길이의 솔밭이 두루마리 산수화처럼 펼쳐진다. 200년생 소나무 800여 그루가 숲을 이룬 금당실 솔밭은 마을 사람들의 휴식처. 귀가 따갑도록 울어대는 매미 소리를 자장가 삼아 낮잠을 청하는 노인과 잠자리채를 들고 매미를 쫓아다니는 아이들의 모습이 동화 속 풍경처럼 정겹다.
금당실과 이웃한 초간정사를 감돌아 흐르는 용문천은 물잠자리가 잔잔한 수면을 배경으로 동심원을 그리는 곳. 우리나라 최초의 백과사전인 ‘대동운부군옥(大東韻府群玉)’을 저술한 권문해 선생이 세운 초간정사는 ‘ㄱ’자로 흐르는 용문천 벽계수를 발아래 굽어보는 바위 위에 선비처럼 꼿꼿하게 서있다. 시리도록 차가운 물에 발을 담그고 탁족을 즐기는 피서객들이 풍속화의 주인공을 자처한다.
드라마 ‘가을동화’에서 은서와 준서가 손잡고 건너던 건널목이 위치한 용궁면의 경북선 철로를 둘러싼 드넓은 들판은 고추잠자리가 맴을 그리고 메뚜기들이 폴짝폴짝 뛰어다니는 동심의 공간. 수령 500년이 넘은 황목근과 경북선 철로를 배경으로 논둑에서 메뚜기를 잡는 아이들이 오래된 앨범 속 어릴 적 사진처럼 정겹다.
예천=글·사진 박강섭 관광전문기자 ks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