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수감자 숫자도 모르는 외교부
입력 2012-08-08 19:10
정부가 외국에 수감돼 있는 우리 국민 수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외교당국이 북한 인권운동가 김영환씨 고문 의혹 사건을 계기로 해외 수감자 전원에 대해 실태 조사를 벌이고 있지만, 정작 수감 현황조차 모를 정도로 그동안 재외 국민 보호에 무성의했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8일 기자들과 만나 “3일 현재 전 세계에 수감된 우리 국민은 36개국 1169명이며 이 가운데 중국 내 수감자가 346명”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성환 외교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 출석해 “7월 23일 기준으로 전 세계에 1780명이 수감돼 있으며 중국 수감 인원은 619명”이라고 말했고, 같은 달 31일 조태영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을 통해 중국 내 수감인원이 625명이라고 밝혔다.
2주도 안 되는 사이에 전체 해외 수감인원이 34.3%나 줄었고 중국 내 수감자는 무려 절반가량이 감소한 것이다. 이처럼 외교당국이 수감인원을 늘렸다 줄였다 하자 “기본적인 사실관계조차 모르면서 어떻게 해외 수감자들을 보호하겠다는 것이냐”는 비판이 나온다. 결과적으로 국회에 허위 보고를 한 김 장관은 담당 직원들을 강하게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측은 “통계 집계 상의 기술적 문제로, 실제 관리하는 수감자 수를 빠뜨린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다른 외교부 당국자는 “현재까지 14개국에서 수감된 175명(전체 수감자의 15%)에 대해 영사 면담을 실시한 결과 일부 인권침해를 당했다는 진술은 있었다”고 밝혔다. 중국 수감자 1명은 휴대전화 충전기로 머리를 얻어맞고 목을 두 번 졸렸으며 여성 재소자 1명은 다른 재소자들에게 뺨을 맞았다. 중국 이외의 지역 수감자는 교도관에게 쇠파이프로 머리를 가격당했다고 진술했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