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런던올림픽] 자매 싱크로 듀엣 희망의 물보라
입력 2012-08-08 01:01
자매는 1995년 엄마 손에 이끌려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이하 싱크로)에 입문했다. 언니는 8세, 동생은 7세 때였다. 1988년 서울올림픽 때 싱크로를 보고 한눈에 반한 엄마는 두 딸을 세계적인 싱크로 선수로 키우고 싶었다. 그래서 싱크로에 도움이 되는 재즈댄스, 발레, 기계체조까지 가르쳤다.
하지만 2005년 자매는 수영장을 떠났다. 그들의 뜻이 아니었다. 국가대표 선발 문제로 벌어진 어른들의 파벌 싸움 때문이었다. 둘은 수영장을 떠나면서 다짐했다. “반드시 돌아오겠다”고. 2008년 베이징올림픽 싱크로를 본 자매는 “이제 돌아갈 때가 됐다”고 입을 모았다. 3년 만에 컴백한 자매는 첫 출전한 런던올림픽에서 당당히 결선에 진출해 연기를 펼쳤다. ‘한국 싱크로의 간판’ 박현선(24)-현하(23·이상 한국수자원공사)의 이야기다.
7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올림픽파크의 아쿠아틱스 센터에서 열린 싱크로 듀엣 프리 루틴 결선. 어머니 홍은영씨가 지켜보는 가운데 연기를 펼친 박현선-현하 조는 합산 87.250점을 얻었다. 테크니컬 루틴 예선에서 86.700점을 기록한 박현선-현하 조는 합계 173.950점으로 최하위인 12위로 경기를 마감했다. 한국 싱크로가 12개 팀이 겨루는 결선에 오른 것은 2000년 시드니올림픽의 장윤경-유나미 조 이후 12년 만이자 역대 두 번째였다. 당시 장윤경-유나미 조는 예선에서 10위로 결선에 올라 11위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박현선-현하 조는 2009년 3월 국가대표 선발전에 출전해 태극마크를 달았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선 동메달을 따내 한국 싱크로의 자존심을 세웠다. 자매는 2009년 1월 캐나다로 전지훈련을 떠났다. 현지 안무가에게서 새 듀엣 작품을 받아 본격적인 훈련에 들어갔다. 실력도 부쩍 늘었다.
둘을 처음으로 지도한 이수옥 KBS 싱크로 해설위원은 해외 전지훈련의 필요성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피겨의 김연아, 리본체조의 손연재, 수영의 박태환을 한번 보세요. 해외 전지훈련에서 훌륭한 코치의 지도를 받아 세계적인 스타가 됐잖습니까? 박현선, 박현하도 강도 높은 해외 전지훈련을 받으면 스타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박현선-현하 조는 이번 올림픽 목표를 결선 진출로 잡았다. 목표는 이뤘지만 만족할 순 없다. 2000년대 초반까지 아시아 1, 2위를 다퉜던 옛 영광을 재현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