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이후 좌절을 극복한 베이비부머들, “기술자격증으로 새출발… 힘이 넘칩니다”

입력 2012-08-07 20:14


1955년생인 양경현씨는 요즘 언론에서 자주 보도되는 베이비붐 세대(1955∼63년생)의 은퇴문제가 되레 낯설다. 그는 지난 2월에 ‘삼성농기’라는 회사에 정규직으로 취직한 신입사원이다.

양씨도 2년 전 평생 잔뼈가 굵은 건설 현장을 떠나야 했을 때는 앞길이 막막하기만 했다. 그런 그의 인생이 달라진 것은 지난해 한국폴리텍대학 익산캠퍼스 산업설비과에 입학하면서부터였다. 폴리텍대학은 베이비붐 세대의 재취업과 창업을 돕기 위한 시니어 훈련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양씨는 용접산업기사 등 3개의 자격증을 취득했고, 청년도 힘들다는 정규직에 취직까지 했다. 양씨는 “기술을 배우고 나니 아파트 경비일 등을 하는 친구들보다 두 배 이상의 급여를 받는 직장도 다니게 됐다”면서 “기술이야말로 취업의 보증수표라는 것을 깨달았다. 은퇴한 다른 사람들도 나처럼 기술을 배워 재기에 성공하면 좋겠다”며 웃었다.

폴리텍대학의 시니어 훈련과정을 통해 제2의 인생을 찾는 데 성공한 이들이 화제가 되고 있다. 7일 폴리텍대학에 따르면 남인천과 경북 영주, 전북 익산 등 3개의 캠퍼스에서 운영되는 9개 시니어 훈련과정을 통해 올해만 267명의 수료생이 배출됐다. 폴리텍대학은 기술 중심의 실무 전문인을 양성하는 국책 종합기술전문학교다. 나이·학력에 상관없이 입학해 자신에게 맞는 교과과정과 학습기간 등을 선택할 수 있다.

지수호(53)씨도 폴리텍대에서 인생역전에 성공했다. 지씨는 알코올 중독이던 아버지가 생계를 책임질 수 없게 되면서 중학교를 중퇴한 채 일찌감치 생업전선에 뛰어들었다. 가족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려온 그는 50대가 된 뒤에서야 자신의 노후대비는 아무것도 돼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씨는 “허무하던 그때 폴리텍대 영주캠퍼스에 붙어 있던 ‘산업설비학과, 평생 직업을 보장합니다’라는 현수막이 눈에 띈 것은 행운이었다”고 회상했다. 지씨는 학교를 다니면서 특수용접기능사 등 5개의 국가기술자격증을 취득한 뒤 창업해 지금은 어엿한 건축업체 사장님이 됐다.

환갑의 나이가 무색한 이도 있다. 버스운전기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허전(61)씨는 식품회사 관리직, 직업전문학교 기간제 교사 등 안 해본 일 없이 열심히 살았다. 정년퇴직 뒤 무력감에 시달렸던 허씨는 전기용접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지난달 폴리텍대학 수료와 동시에 태원정공에 취직했다. 허씨는 “평생 한 번도 안 해본 일이지만 내 인생이 다시 시작되고 있다는 생각에 힘이 넘친다”고 말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