씽씽 달리는 ‘한국車’ 견제 세이프가드 발동은 불투명

입력 2012-08-07 19:30

유럽연합(EU)이 우선 감시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잘 나가는’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견제가 시작됐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위기 여파로 심각한 판매 부진을 겪는 자국 자동차업계의 불만을 달래기 위해 한국을 희생양으로 삼았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올해 상반기 프랑스 자동차 판매 시장은 전년 동기 대비 14.4% 감소했다. 반면 현대·기아차의 판매량은 28.5% 증가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한국차의 이런 판매 호조세가 자국 시장을 교란하고 있음을 들어 우선 감시 조치를 요청했다.

하지만 이는 근거가 미약하다고 국내 업계는 반박한다. 폭스바겐, 아우디 등 경쟁력 높은 독일차들은 프랑스차와 달리 큰 타격을 입지 않고 있다. 또한 현대차와 기아차는 유럽 현지 생산을 통해 판매를 늘리고 있다. 올 상반기 유럽에서 신차로 등록된 현대 차량 23만2454대 가운데 약 12%만 한국에서 생산된 것이며 70% 이상이 체코와 터키 공장에서 생산됐다. 로이터통신은 지난해 한국의 EU 자동차 수출량(34만5000대)이 사상 최대를 기록했던 2007년(64만대)보다 크게 밑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프랑스의 정치적 상황 때문에 한국이 ‘본보기’가 됐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프랑스 최대 자동차업체인 푸조 시트로앵이 지난달 자사 최대 공장인 올네 공장을 2014년까지 폐쇄하고 직원 8000명을 감원하겠다고 발표하자 올랑드 사회당 정부는 이에 반발하면서 자동차 긴급 지원책을 내놓는 등 일련의 상황과 맞물려 있다는 것이다.

유로존 경제대국인 프랑스가 우선 감시를 밀어붙일 경우 EU가 이를 수용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세이프가드 발동까지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감시 결과 상당한 근거가 있다는 판정이 내려져야 하기 때문이다. 피해 규모나 관세 인하 여부에 대한 입증 책임도 EU가 져야 한다.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근 20년 만에 대(對)한국 무역수지가 흑자로 전환되고 있는 상황에서 EU가 무리하게 세이프가드를 적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도 근거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재정위기 장기화로 제조업 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 국가들이 자동차를 필두로 가전 등 다른 분야까지 전선을 확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자칫 이번 자동차 문제가 FTA 무용론의 불씨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