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北, 수해 부풀려 지원 호소 왜?
입력 2012-08-07 19:21
북한이 올해 여름 수해 상황을 부풀려 국제사회에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유엔 조사단을 불러들여 태풍과 폭우 피해 현장을 공개하는가 하면, 고위 인사를 외국에 파견해 지원을 요청하는 등 ‘개방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우리 정부 내에서는 북한의 이런 움직임이 개혁·개방 이미지를 외부세계에 심어주려는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의도된 전략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7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올해 북한 수해는 지난해의 절반 수준밖에 안 되는데도 북한이 여러 방법을 동원해 피해상황을 부풀리고 있다”면서 “일방적으로 피해 상황을 발표하던 예년과 달리 유엔 조사단까지 불러들이며 피해의 심각성을 적극 홍보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다른 정부 관계자는 “북한의 수해 조작은 김정일 시대에도 있었지만 올해는 상당히 다른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며 “외부 세계와의 접촉면을 늘리면서 인도적 지원을 호소함으로써 개혁·개방 이미지를 적극 선전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했다.
우리 정부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12만㏊에 이르던 북한의 농경지 침수 피해는 올해 절반가량인 6만5000㏊로 크게 줄었으며, 식량 수급에 차질을 빚을 정도가 아니다. 제롬 소바주 유엔개발계획(UNDP) 평양사무소장도 “북한 홍수 피해가 식량 상황을 심각하게 악화시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현재로서는 국제사회에 긴급구호 요청을 발동할 계획이 없다”고 언급했다고 미국의소리(VOA)방송이 이날 보도했다. 앞서 유엔 조사단은 지난달 31일 평남 언주시와 성천군, 강원도 천내군 등을 직접 둘러보며 피해 상황을 파악했다.
그러나 북한은 연일 “수해가 심각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6∼7월 집중된 태풍과 폭우로 560여명이 사망 또는 실종되고 144명이 다쳤으며 8600여동의 주택이 파괴되고 4만3700여세대가 침수돼 21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베트남을 방문 중인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쌀 5000t을 태풍과 폭우 피해에 대한 지원책으로 받기로 했다. 베트남의 대북 수해 지원은 개별국가로는 처음이다. 하지만 정부는 북한이 공식적으로 요청하지 않는 한 수해 원조에 나서지 않을 방침이다. 피해 규모가 크지 않은데다, 긴급구호 물자 지원 등을 제안했다가 북한으로부터 모두 거절당했던 지난해의 ‘아픈 경험’을 되풀이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