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강창욱] 힐링펀드 ‘독려’ 발뺌… 귀막은 금감원

입력 2012-08-07 21:56

“동 건(새희망힐링펀드)과 관련해 금융회사에 공문을 발송한 사실도 없으며….”

금융감독당국이 금융회사를 반강제로 동원해 힐링펀드를 추진한다는 국민일보 보도(7일자 1·6면)에 대해 금융감독원이 낸 해명 자료의 한 대목이다. 변명은 궁색하다. 금융투자협회(금투협)가 지난 5월 회원사 160여곳에 보낸 A4용지 8장짜리 업무서신의 첫 장에는 금감원 요청이라고 적혀 있었다. 업체들은 이렇게 전달된 요구를 당연히 감독기관의 지시로 봤고, 대부분 부담을 느꼈다. 금투협은 공문에 첨부한 기금 조성안 등의 자료를 금감원이 준 것이라는데 금감원은 발뺌만 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이익단체 뒤에 숨어 금융회사를 좌지우지하는 행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6월 금융위원회가 금융회사들에 여수 엑스포 티켓을 사도록 요구할 때도 전면에 앞세운 건 금투협이었다. 당시 금융위 관계자는 “공문을 보내면 정부가 강제했다는 논란이 일 것 같아 금투협에 구두로만 요청했다”고 털어놨다.

금융권에서는 특히 금감원이 권위적 자세로 생색내기 좋아하고, 비판엔 아예 귀를 닫아 버린다는 불만 여론이 높다. 금감원 실무 책임자는 힐링펀드 취지에 대해 “요즘 금융회사들이 욕을 많이 먹는데, 금감원이 도모하는 힐링펀드에 참여하면 이미지가 좋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감독 소홀로 저축은행 사태 등 금융 피해를 키운 당국이 업체 돈으로 피해자를 돕겠다는 것부터 어불성설일지 모른다.

금감원 관계자들은 “힐링펀드를 도와주지 못할망정 악의적으로 보도했다”며 불평했다. 실태를 제대로 파악하고 금융사들의 어려움을 이해해야 할 금융당국이 이런 인식을 갖고 있으니 어느 금융회사가 감히 싫은 건 싫다고 제 목소리를 낼 수 있겠는가. 힐링펀드처럼 취지는 바람직한 정책이 추진 과정에서 삐걱댈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이런 데 있는 건 아닐까.

강창욱 기자 경제부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