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은행도 이란과 불법거래… 美 수사당국 형사처벌 검토

입력 2012-08-07 19:22

HSBC은행에 이어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도 이란과 불법 금융거래를 해온 혐의로 미국 금융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벤저민 로스키 뉴욕주 금융감독국장은 6일(현지시간) SC은행이 최장 10년간 이란 정부 소유의 은행 또는 이란 법인들과 2500억 달러 규모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불법거래를 해왔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혐의에 대해 은행 측이 이달 말 열리는 청문회에서 답변을 하도록 통보했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맨해튼 지방검찰은 2006년부터 바클레이스와 크레디트스위스 등 9개 은행을 상대로 제재국 거래 현황을 조사해 왔으며, 이 과정에서 SC은행의 혐의가 드러났다. 연방수사국(FBI) 뉴욕지부도 이 은행의 불법 금융거래와 관련해 형사 처벌 가능성 여부를 수사 중이다.

SC은행은 성명을 통해 “제재 내용과 관련된 우리의 준수 기록을 검토할 것이며, 그 결과를 예측할 수는 없다”고만 밝혔다. 이 은행의 구체적인 혐의 내용은 지난 7년(최대 10년) 동안 이란 정부 소유 은행이나 이란 법인들과 6만여건의 거래를 은밀히 해왔으며 리비아나 미얀마, 수단 등 다른 제재 국가들과도 거래를 해온 것이다. 또 거래내용 조작과 공무집행방해 및 불법경영 신고 누락 등의 혐의도 받고 있다.

금융감독국이 공개한 SC은행의 내부 자료에 따르면 은행 측이 불법 금융거래를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2006년 한 미주지역 고위간부는 런던의 경영진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이란과의 거래로 명성에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입고, 심각한 형사상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런던 측은 “재수 없는 미국인들, 당신들(미국)이 뭐라고 이란과 거래할 수 없다고 참견하느냐”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국은 또 경영컨설팅업체 딜로이트가 은행과 결탁, 이란과의 불법 금융거래에 대한 흔적을 삭제한 보고서를 작성한 경위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다.

금융감독국은 이란 등 ‘깡패 국가’와 불법 금융거래를 한 SC은행에 대해 뉴욕주 은행 면허를 박탈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명호 기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