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암투 번지는 ‘中 철도게이트’

입력 2012-08-07 19:21


중국의 차기 지도부 구성을 위한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가 열리는 상황에서 ‘철도 게이트’와 구카이라이(谷開來)의 고의살인 혐의에 대한 재판까지 겹쳐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철도부는 최근 철도 게이트 전말을 철도부 내부에 공개하면서 이를 단순한 경제 문제가 아니라 정치 문제라고 밝힘으로써 파장이 간단치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이러한 상황은 권력 내부 3계파 간 힘겨루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베이징 정가는 보고 있다.

◇철도 게이트 부각, 장쩌민파에 대한 ‘견제구’=철도 게이트가 주목받는 이유는 ‘주연’으로 지목된 류즈쥔(劉志軍) 전 철도부장 배후에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지난해 2월 신화통신이 처음 보도한 뒤 지난 5월 류즈쥔의 당적 박탈에 이르기까지 처리 과정이 지지부진했다.

이에 대해 후진타오(胡錦濤)-원자바오(溫家寶) 계열이 장쩌민파의 반대에 부딪혀 사건 조사를 순조롭게 진척시킬 수 없었다는 관측이 나돌았던 만큼 지금 이 사건 전말을 공개한 것은 장쩌민 계열에 대한 힘 빼기 시도라는 분석이다.

철도 게이트는 류즈쥔이 산시성 출신 여사업가 딩수먀오(丁書苗·57)와 유착돼 그에게 30억 위안(약 5310억원) 규모의 사업을 몰아주고 거액의 뇌물을 챙겼다는 게 사건의 요지다.

◇후진타오, 링지화 상무위원에 진입시키나=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시 서기의 부인 구카이라이가 조사 과정에서 살인 혐의를 인정했으며 이는 ‘보시라이 구하기’와 관련이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7일 보도했다. 이를 놓고 모종의 비밀 거래가 있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후진타오 계열이 태자당, 상하이방과 타협해 보시라이 사건을 적절한 수준에서 마무리하고 그 대신 차기 지도부 구성 과정에서 더 많은 지분을 확보하려 한다는 것이다.

후진타오 계열은 리위안차오(李源潮) 중앙조직부장, 류윈산(劉雲山) 중앙선전부장, 왕양(汪洋) 광둥성 서기는 물론 링지화(令計劃) 당중앙판공청 주임까지 정치국 상무위원에 진입시키고자 애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링지화는 정치국 위원(25명)보다 한 단계 낮은 중앙위원회 위원이어서 상무위원이 되려면 두 단계를 뛰어넘어야 한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류옌둥, 최초의 여성 상무위원 되나=유일한 여성 정치국 위원인 류옌둥(劉延東)이 최초의 여성 상무위원이 된다면 보수적인 중국의 대외 이미지가 크게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의 아버지 류루이룽(劉瑞龍) 전 농업부 부부장은 장쩌민의 양부 장상칭(江上靑)이 혁명에 가담했을 당시 멘토였던 만큼 장쩌민과 가까울 뿐 아니라 태자당 리더인 쩡칭훙(曾慶紅) 전 국가부주석과도 각별하다. 후진타오와도 공청단에서 함께 일했지만 능력 면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다는 평을 받았던 게 흠이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