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폭염피해] 한강 전구간 온통 녹조띠 “수돗물 괜찮나” 식수 비상
입력 2012-08-07 22:19
7일 서울 도심을 가로지는 한강 구간은 온통 녹색 물결이었다.
녹조류가 증식해 잠실대교 수중보 근처는 흰색과 녹색이 뒤섞인 물거품이 일고 있었다. 바로 아래 청담대교 인근도 녹색 물감을 뿌려놓은 듯했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 이종혁 환경과장은 “팔당댐에서 내려오는 녹조류로 인해 잠실 상수원뿐 아니라 한강 하류도 지금 대부분 녹색을 띠고 있다”고 말했다.
◇‘녹조 비상’ 한강=지난주 잠실수중보 인근 5개 취수원에서 수질을 측정한 결과, 3곳에서 조류주의보 발령기준을 넘었다고 한다. 이 중 한 곳이라도 한 번 더 기준을 넘어서면 서울 한강에는 4년 만에 조류주의보가 발령된다고 이 과장은 말했다. 강을 따라 팔당호까지 올라가며 보니 녹색 물결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특히 팔당댐 주변은 녹조뿐 아니라 각종 부유물까지 뒤섞여 몸살을 앓고 있었다.
한강유역환경청 관계자는 “방류량 자체도 없고 연일 폭염이 계속돼 (녹조가) 많아진 것 같다”며 “양이 너무 많아 걷어내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팔당호 남단에서는 경기도팔당수질개선본부 직원들이 배를 타고 다니며 수면폭기장치를 이용, 물속에 산소를 주입하고 있었다. 수질개선본부 이재정씨는 “지난 2일에는 다목적 선박을 이용해 황토 2.7t을 뿌렸지만 상황이 별로 나아진 것은 없다”며 “녹조 때문에 팔당호 생태계가 파괴될까 우려돼 매일 오전 2시간, 오후 2시간씩 강에 산소를 주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폭염이 지금 같이 계속된다면 이런 노력도 결국 물거품이 될 것”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조류가 한강 하류까지 확산되자 서울시는 분말황토 12t을 확보하는 등 조류대책 특별비상근무 체제를 24시간 가동하고 있다. 시내 6개 아리수 정수센터에서는 분말활성탄 주입량을 30ppm 이상으로 올려 지오스민을 흡착토록 하고 있다. 그러나 계속된 폭염으로 원수 수질이 악화돼 현 정수처리시스템으로 지오스민 해결이 어려워질 경우 시는 수돗물로 만든 생수제품 ‘아리수’ 8만병을 매일 취약계층 에 우선 공급할 계획이다.
◇내륙지방도 녹조 심각=녹조 현상은 낙동강과 금강 수계 곳곳에서도 목격되고 있다. 녹조는 대구 달성군 구지면 도동서원에서 10㎞ 정도 상류에 있는 달성보는 물론 달성보에서 13㎞ 정도 떨어진 사문진교에서도 발견됐다. 사문진교는 250만 대구시민의 식수원 70%가량을 취수하는 문산·매곡 정수장과 6㎞ 거리에 있다.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는 이날 문산·매곡 정수장 수질 검사 결과 독성물질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녹조의 확산 여부에 따라 상황은 유동적이다.
충청권의 식수원인 대청호에도 녹조가 확산되고 있다. 충북 옥천군 군북면 추소리 앞 대청호에는 지난달 31일부터 심한 악취를 풍기는 녹조덩어리가 발견돼 대청댐관리단 직원들이 걷어내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수돗물 흙냄새는 인체에 무해=녹조현상은 독성물질을 분비하는 남조류(藍藻類)의 대량 증식이 원인이다. 남조류 일종인 아나배나 대사과정에서 발생하는 냄새 유발물질 지오스민 때문에 수돗물에서 악취가 발생하고 있다. 상수원수의 지오스민 검출농도가 증가하면서 예민한 사람들은 수돗물에서 흙냄새를 느끼는 등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오스민은 인체에 유해하지 않아 수돗물을 그냥 마셔도 건강엔 이상이 없다”면서 “수돗물을 냉장고에 보관해 시원하게 해서 마시거나 끓이면 냄새를 없앨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사야 정부경 기자 Isai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