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자덕에… 양학선 부모 집 생겼다

입력 2012-08-07 19:15

“우리 학선이는 약속을 꼭 지키는 더 없는 효자예요. 올림픽 금메달 약속을 이뤘잖아요. 그리고 내년에는 엄마 아빠 이름을 새긴 ‘명패 붙인 새 집’을 지어준대요.”

7일 오후 2시쯤 전북 고창군 공음면 남동마을의 검정색 차광막을 덮은 150여㎡ 크기 비닐하우스 안 단칸방. 이날 새벽 대한민국에 체조 역사상 첫 번째 금메달을 안긴 양학선(20·한국체대) 선수의 집인 이곳에서 부모 양관권(53) 기숙향(43)씨는 둘째 아들 양 선수 자랑에 연신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양 선수 가족의 사연과 양 선수의 효성은 전 국민의 가슴을 먹먹하게 하고 폭염을 잊게 했다.

광주 출신인 양 선수 가족은 건설현장 미장일을 하던 관권씨가 3년 전 사고로 오른쪽 어깨를 다친 뒤 2010년 8월 빈 집을 구해 고창으로 귀농했다. 논과 밭 9000여㎡를 구입해 닭, 오리, 칠면조 등을 키웠다. 하지만 지난해 여름 폭우는 비닐하우스 뼈대만 남긴 채 모든 것을 앗아가 버렸다.

가족에게 잠시 웃음이 사라졌다. 한동안 텐트 생활을 해야 했다. 비닐하우스에 다시 합판 등으로 방을 만들고 한켠에 아들의 경기 사진과 메달을 빼곡히 걸어 놓았다. 둘째 아들 양 선수는 가족의 꿈이자 희망이었다.

양 선수는 이런 부모를 위해 ‘번듯한 집’을 지어주겠다고 공언해 왔다. 또 태릉선수촌에서 나오는 1일 훈련비 4만원을 꼬박꼬박 모아 80만원 정도를 매달 어머니 통장에 넣어줬다. 곧잘 받는 장학금도 부쳤다. 날마다 전화로 안부를 묻고, 외박을 나오면 좁은 방에 함께 누워서도 불평 한 번 없었다.

마을 입구에는 축하 현수막도 걸렸다. 이장 양영회(64)씨는 “(학선이는) 어려운 살림살이에도 주눅 들지 않고 부모를 잘 챙기는 아들”이라며 “대한민국의 경사가 우리 마을에서 나왔다”고 즐거워했다.

전남 장흥에서 온 한창미(50·여)씨 가족은 축하 인사와 함께 성금 봉투를 놓고 갔다. 한씨는 “대학생인 우리 아이들뿐 아니라 전국의 학생들이 양 선수처럼 불굴의 도전 정신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어머니 기씨는 “엊그제 학선이가 우승한 꿈을 꿨는데 그 꿈이 맞았습니다”라고 꿈 얘기를 했다. 기씨는 “꿈에서 (학선이가) 옆에 있는 사람에게 메달을 하나씩 나눠주길래 ‘네것은 어딨냐’고 하자 호주머니에서 메달 하나를 꺼내는데 금색이었다”고 설명했다.

전날 팔을 또 다쳐 방에서 혼자 TV를 시청하는 관권씨도 “힘겨운 생활에서도 (학선이가) 큰일을 해냈다. 형과 함께 우애 있게 잘 자라줘 고맙다”고 말했다. 큰아들 학진(22)씨는 현재 하사관으로 군 복무 중이다.

이날 포털사이트에는 “진짜 인간승리다” “마음도 금메달급, 정말 아름다운 선수입니다” 등의 글이 쏟아졌다. 각계에서 격려도 이어져 광주의 SM그룹은 월산동에 신축 중인 2억원 상당의 아파트 1채를 기증하기로 했고, 한 라면회사는 양 선수가 좋아하는 라면을 평생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고창=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