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익위, 1998년 JSA 총기사망 김훈 중위 ‘순직’ 권고 “軍 복무중 사망원인 규명 국가책임”

입력 2012-08-07 19:06


대표적 군 의문사 사건인 ‘김훈 중위’ 사건의 김훈 중위가 뒤늦게 순직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권익위원회는 1998년 2월 24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경비초소에서 의문의 총상을 입고 사망한 고 김훈(당시 25세) 중위의 죽음을 순직으로 인정하라고 7일 국방부에 권고했다. 김 중위는 사건 당일 정오 무렵 오른쪽 관자놀이에 총상을 입고 숨진 채 발견됐었다. 하지만 군의 최초 현장 감식이 있기 두 시간 전인 당일 14시쯤 이미 부대 내부에서 자살 보고가 이뤄졌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성급한 자살예단으로 인한 부실 초동수사가 지금까지 논란이 되어 왔다.

권익위는 이날 “지난해 9월 김 중위 유족으로부터 김 중위 사망에 대해 재조사 후 순직인정을 받게 해달라는 민원을 접수했다”며 “이후 현장 감식 자료 등을 바탕으로 여러 실험을 한 결과 자·타살 규명이 불가능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징병제 국가에서 군 복무 중인 자가 생명권이 침해됐을 때 그 원인을 밝히는 것은 국가의 책임”이라며 “정상적 절차에 따라 임무를 수행하다 사망한 김 중위는 순직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일반인의 접근이 통제되는 부대 내 사망사건의 특성상 공무와 사망 간의 인과관계 입증 책임을 유족에게 지우는 것은 국가의 국민의 생명·신체 보호의무 위반이라는 것이 권익위의 지적이다.

권익위는 이번 판단에 앞서 지난 3월 ○○특전여단 사격장에서 국방부 조사본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자살할 경우 발생하는 특징을 확인하는 격발실험을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김 중위 손에서 나타난 혈흔은 스스로 격발한 자신의 손에서 나타나는 것과 다른 형태라는 것을 확인하기도 했다. 하지만 권익위는 “이러한 사실은 김 중위 사망이 자살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지 타살을 입증하는 것은 아니다”고 결론지었다.

김 중위 의문사 직후 유가족은 “군이 타살 단서가 될 수도 있는 사건 현장의 시설 훼손, 고인의 손목시계 파손 등을 간과했고 사건 현장과 사체의 사고 당시 상태를 보존하지 않았다”며 사망원인을 규명해 달라고 국가에 호소했다. 이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 ‘공동경비구역(JSA)’이 만들어지기도 해 김 중위 사건은 국민적 관심을 받았다.

앞서 대법원은 부실 초동 수사 논란과 관련해 2007년 6월 “조사활동 내지 수사의 기본원칙조차 지켜지지 않아 명백한 하자가 있어 위법하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한편 육군은 이날 권익위의 권고안을 검토한 뒤 국방부 조사본부에 김 중위 사건 재조사를 의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육군 관계자는 “조사본부의 조사 결과를 토대로 김 중위 사망에 대한 순직처리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며 “사망원인은 분명치 않지만 공무 수행 중 사망이어서 순직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전정희 선임기자,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jhj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