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양고추 씨앗도 외국에 돈 줘야… 種子빈국 한국 10년간 종자값 8000억

입력 2012-08-07 22:51


우리나라가 향후 10년간 미국 등 종자 선진국에 지급해야 할 로열티만 8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적으로 신품종 개발 등 종자 확보 경쟁이 심화되고 있어 종자 연구인력 육성 등 적극적 대처 없이는 ‘종자 주권’마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02년 가입한 국제식물 신품종 보호연맹의 로열티 납부 면제 기간(10년)이 지난해 종료되면서 올해부터 모든 종자에 대한 로열티 지급이 의무화됐다. 이에 따라 향후 10년간 로열티로 지급할 금액이 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문제는 신품종 경쟁이 심화되면서 로열티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는 데 있다. 우리나라의 종자 산업 경쟁력이 매우 약하기 때문이다. 세계 종자시장은 미국 프랑스 독일 등 6대 강국이 54%를 점유하고 있고, 상업용 종자는 10대 다국적 기업이 70%를 지배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 종자 기업이 세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5%에 불과하다. 농협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우리나라 종자산업은 1997년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우수 기업들이 다국적 기업에 대거 인수되면서 급격히 위축됐다. 종자 기업과 함께 중요한 신품종에 대한 소유권도 다국적 기업으로 넘어갔다. 대표적인 예가 청양고추다. 청양고추 종자는 이를 개발한 흥농종묘가 외환위기 때 다국적 기업 몬산토로 넘어가면서 전량 수입해야 하는 품종이 됐다. 수박, 참외, 배추 등도 상당수 품종이 외국기업에 로열티를 내는 실정이다.

무엇보다 산업이 위축되면서 미래를 담보할 종자 연구 인력이 크게 줄었다. 현재 등록된 종자업체 중 연구원을 10명 이상 보유한 기업은 4곳에 불과할 정도다.

농협경제연구소 채성훈 부연구위원은 “올해부터 로열티 지급이 늘어나면 농업경쟁력 향상을 제약할 수 있다”면서 “특히 종자를 개발할 연구원과 전문가 수가 크게 줄어 향후 신품종 개발 능력이 취약해진 점이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