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선 목사의 시편] 돈과 독

입력 2012-08-07 18:16


몇 년 전 지방 한 도시에서 로또복권에 당첨됐던 사람이 얼마 전 자살했다고 합니다.

23억원 복권에 당첨돼 행복할 것 같았던 사람이 불과 4년 만에 불행하게 생을 마감한 것입니다. 그는 복권에 당첨되자 하던 일을 접고 새로운 사업을 하던 중 사기를 당하기도 하고 주식투자도 실패하는 등 오히려 빚만 지게 되었답니다. 이로 인한 잦은 부부싸움으로 가족들과도 함께 살기 어려워 홀로 사는 외로운 신세가 됐고 결국 스스로 생명을 끊고 말았습니다. 이 사람에게 갑작스럽게 주어진 많은 돈은 복이 아닌 독이었습니다. 복권 당첨자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행복하게 사는 사례가 많지 않다는 분석입니다.

한 사람의 죽음을 놓고 이렇게 저렇게 판단하고 싶진 않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진리는 준비되지 않은 사람에게 주어진 거액의 돈은 결코 복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작은 그릇에 너무 많은 것을 담으면 밖으로 흘러버립니다. 또 약한 그릇에 너무 무거운 것을 담으면 그릇이 깨져서 오히려 손해입니다. 물리적으로 모든 그릇은 감당할 만큼밖에는 담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너무 많거나 무거우면 그릇 자체에 문제가 생기는 법입니다.

돈에 대한 바른 가치와 그것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가 분명하지 못한 사람에게 돈은 그 사람을 죽이는 독이 되고 맙니다. 진정한 복은 매일 땀 흘려 일하고 그렇게 주어진 열매에 감사하며 사는 것입니다. 수고한 만큼 주어진 것으로 하나님을 찬송하고,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고 나누고 사랑하며 사는 것보다 더 큰 복은 없습니다. 돈이 독이 아닌 복이 되게 하는 길을 모르면 아무리 가져도 만족이 없고 갑자기 쥐어주면 스스로를 파괴하고 맙니다.

오늘의 교회도 돈에 의해 흔들리는 모습을 봅니다. 맨손으로 개척하고 피땀 흘려 세운 교회의 규모가 제법 커지면서 돈은 필연적으로 따라 옵니다. 그것은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선한 일에 가치 있게 쓰이기를 원하셔서 성도들을 통해 주신 것입니다. 그런데 그것이 독이 되어 교회의 존립을 위험하게 하는 일들이 일어납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교회가 돈이 없어 비난 받는 경우는 없습니다. 너무 많아서 그리고 그것을 가치 있게 쓰지 못해 조롱거리가 되는 것이 돈이 독이 된 경우입니다. 초대교회는 적은 것을 가지고도 능력을 드러내며 하나님께 영광을 돌렸습니다. 돈의 독성을 주의해야 합니다. 부가 목적이 되면 그 독성이 드러나 일만 악의 뿌리가 됩니다.

내 손에 쥐어진 것은 무엇입니까. 그것은 무엇을 위해 주신 것일까요. 많고 적음 때문이 아닙니다. 땀 흘려 얻은 적은 것도 지혜로운 사람에게는 놀라운 힘이 되고 복이 됩니다.

(산정현교회 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