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수단 어린이돕기 자선행사’ 준비중인 전광렬씨 “자식을 올곧게 키우려면 봉사활동 참여시키세요”
입력 2012-08-07 18:11
“아내가 크고 작은 일을 다 준비하고 있지요.”
“우리 아이가 큰 몫을 했어요. 전 그저 뒷바라지하는 정도인걸요.”
“두 분들이 하시는 데 아주 작은 힘을 보탠 것뿐입니다.”
가족이라도 잘된 일은 ‘내 덕’이고, 잘못된 일은 ‘네 탓‘을 하기 일쑤인데 이들은 서로에게 공을 돌리느라 바빴다. 태양이 이글거리던 지난 5일, 서울 청담동 한 카페에서 만난 탤런트 전광렬(52)씨 가족. 어린이복지재단 ‘초록우산’의 1호 가족홍보대사인 이들은 오는 16일 서울 역삼동 ‘더 라움’에서 펼치는 남수단 어린이돕기 자선행사 ‘행복한 하루’를 준비 중이다.
전씨의 아들 동혁(16·미국 메릴랜드 조지타운 프랩스쿨 9)군은 “행사 때문에 수시로 가족회의를 하면서 아버지 엄마와 많은 얘기를 나눌 수 있어 정말 좋다”며 환하게 웃었다. 동혁군은 카탈로그 표지와 그날 판매할 티셔츠·머크컵을 디자인했으며, 작사 작곡한 노래도 선보일 예정이다. 전씨는 그런 아들을 바라보며 “행복한 하루를 준비하면서 우리 가족이 더 행복하다”고 즐거워했다.
전씨의 전속 스타일리스트이자 아내인 박수진(42)씨는 “기부 참여 방법을 모르거나 기부처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선뜻 나서지 못하는 분들을 위해 마련한 행사”라고 소개했다. 자선과 파티를 결합한 행사로, 가수 김태우와 장혜진, 비비디아 공연팀의 공연과 스타애장품 경매행사 등 3시간여 동안 다채로운 행사가 마련돼 있다고. 300여석의 입장권은 벌써 매진됐단다. 입장료와 경매 수익금 전액은 남수단 어린이들의 생존을 위한 영양보조식품을 구입해 현지로 보낼 예정이다.
전씨는 “대기업 CEO를 비롯한 지인들과 동료 연예인들이 이번 행사를 돕겠다고 기꺼이 나서서 그동안 헛살지는 않았다는 생각을 했다”면서도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고 했는데… 아버님이 아시면…”이라고 말끝을 흐렸다. 전씨의 부친은 교회 장로로 살아생전 이웃돕기가 일상이었던 분이란다.
겸연쩍어하는 남편에게 살짝 눈을 흘긴 박씨는 “그동안 10여명의 소년소녀가장을 남몰래 도와 온 ‘애기 아빠’의 선행이 ‘희망로드 대장정’ 때문에 주위에 알려지게 됐고, 그때부터 싫은 소리를 듣고 있다”고 털어놨다. ‘희망로드 대장정’은 2010년 KBS가 기획한 지구촌 희망 프로젝트로 전씨 가족이 봉사자로 참여했다 이때도 전씨는 ‘좋은 일은 조용히 하는 것인데 방송에 나가는 것은 내키지 않는다’며 출연을 망설였단다.
“세상에 무서운 게 없는데 마누라는 무섭다”는 전씨는 “이 사람이 우리 가족이 라이베리아의 어려움을 널리 알릴 수 있다면 가치 있는 일이라고 등을 떠미는 바람에 나섰다”고 말했다. 당시 ‘전광렬, 라이베리아의 소년 소녀병을 만나다’가 방송되는 동안 성금이 13억여 원이나 걷혀 주위 사람들은 물론 전씨 자신도 놀랐다고.
박씨는 “사람들이 흔히 봉사를 하면 되돌아오는 게 더 많다고 하는데 정말 그렇더라”면서 가족봉사를 하면서 아들의 마음이 훌쩍 자란 것을 가장 큰 보람으로 꼽았다.
동혁군은 엄마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어려운 환경에서도 공부를 하고 싶어 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공부를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결심했고, 무엇보다 부모님께 감사하게 됐다”고 말했다. “전에는 그럼?” 전씨의 짓궂은 질문에 동혁군은 얼굴이 빨개졌다.
전씨는 “모든 것이 풍족한 요즘 아이들은 감사하는 마음도 없고, 점점 삭막해져 가고 있다”면서 자식을 올곧게 키우고 싶다면 자녀들에게 봉사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라고 당부했다. 전씨 가족은 라이베리아에 다녀온 이후 경기도 광주의 한사랑장애영아원에 봉사를 다니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전씨는 “‘행복한 하루’가 연례행사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힘을 기울이는 한편, 매월 클래식 공연과 기부를 즐길 수 있는 ‘클래식의 밤’을 마련하고, 환경보호 활동도 해볼 생각”이라고 욕심을 냈다. 그런 아버지를 바라보는 동혁군의 눈에는 존경의 빛이 어렸다. 두 사람을 번갈아보면서 박씨는 두 손을 모았다.
전씨 부부는 이달말부터 이라크에서도 어린이 돕기 활동을 시작한다. 드라마 ‘허준’의 시청률이 80%를 넘는 이라크에서 국빈으로 초청, 지난달 초 그곳을 방문한 전씨는 한류스타로서의 일정을 소화하는 짬짬이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고는 어린이들의 상황이 제일 어렵다고 판단, 이라크의 어린이 재단과 초록우산의 MOU 체결을 주선했다. 오는 27일 전씨 부부는 초록우산 관계자, 한의사들과 함께 이라크를 방문해 향후 일정을 의논하고, 의료봉사활동도 펼칠 계획이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