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또 고개 드는 낯 뜨거운 네거티브 선거전

입력 2012-08-07 19:28

후보들은 양식 지키고, 사법당국은 끝까지 진실 밝혀야

네거티브 선거전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상대 후보에 대한 근거 없는 음해성 주장을 하는 흑색선전이나 후보자 자격 검증과 별 관계가 없는 사생활에 관한 설들이 난무해 선거판을 흐리고 있다.

최근 거세지는 네거티브 공세는 유력 주자로 꼽히는 새누리당 박근혜 의원에 집중돼 있다. 독신인 그를 두고 성 접대설, 사생아 출산설 등 허두만 들어도 낯이 뜨거운 인신공격성 주장들이 횡행하고 있다. 인터넷매체 ‘온뉴스’ 대표 오모씨는 지난 6월 말 박 의원이 2002년 방북 당시 성 접대를 받았다는 요지의 글을 네 차례나 인터넷 매체에 올린 혐의로 최근 검찰에 구속됐다.

검찰은 또 박 의원의 출산설 등을 퍼뜨린 미국 내 한인 대상 주간지 ‘선데이저널USA’의 조모 기자도 수사하고 있다. 하지만 5년 전 경선 때도 나돌았던 박 의원 출산설은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변형된 형태로 재생산되고 있다. 김현철 전 여의도연구소 부소장까지 한 월간지에 의혹을 제기했다가 정정보도를 했다. 최근에는 박 의원의 5촌 조카인 방송인 은지원씨가 박 의원의 소생이라는 황당무계한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그제 열린 새누리당 서울지역 합동연설회에서는 박 후보와 사적 관계였다는 루머가 돌았던 고 최태민 목사와 박 후보가 나란히 찍은 사진을 넣은 김문수 후보 홍보영상물이 상영됐다. 사진이 조작된 것이 아닌 만큼 흑색선전이라고 볼 수 없고, 당시 정권에서 최 목사의 비위를 묵인했다는 의혹도 있는 만큼 문제제기 자체도 잘못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문제의 사진이 건전한 자격 검증보다 박 의원의 과거 사생활에 관한 소문을 먼저 떠올리게 한다는 점에서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네거티브 공세는 상대의 지지율을 떨어뜨리는 매우 손쉽고도 유력한 방법이다. 한번 던져지면 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확산돼 진실 여부는 뒷전이 된다. 공격 내용이 말초적이고 원색적일수록 파괴력도 크다. 이 때문에 선거 때마다 네거티브는 어김없이 고개를 든다. 이회창 후보의 아들 병역비리 의혹은 선거 판세에 큰 영향을 미쳤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사생아설로 곤욕을 치렀고 지난 대선 때 이명박 후보는 일본 혈통일지 모른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DNA 검사를 받기까지 했다.

대선 후보의 검증은 꼭 필요하며,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네거티브 선거전은 유권자의 올바른 판단력을 마비시키며, 민의를 왜곡한다. 정책과 능력 및 도덕성 검증이 중심이 돼야 할 선거전을 난장판으로 만들어 민주주의를 교란한다.

선거판이 궤도를 벗어나지 않도록 하는 1차적인 책임은 후보들에게 있다. 건전한 상식과 양식에 의거해 상대의 자질 문제를 제기하며, 표만 노린 무분별한 인신공격은 삼가야 한다. 선관위와 사법당국도 말로만 ‘엄단’을 외치지 말고 선거가 끝난 뒤까지라도 진실을 밝혀 책임을 물어야 한다. 유권자들도 허황된 주장에 혹하지 말고 한 표를 행사함으로써 네거티브가 아예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