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름만 되면 되풀이 되는 전국 녹조 비상

입력 2012-08-07 19:26

폭염이 이어지면서 녹조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한강의 경우 의암호에서 시작된 녹조가 팔당호를 거쳐 서울 반포대교에 이르렀다. 지난 6월 하류 지역에서 발견된 낙동강 녹조는 이달 들어 중·상류인 대구 근처까지 북상했다.

대청호가 있는 금강, 광주·전남 지역 주요 식수원인 영산강 수계의 주암호와 동복댐, 울산시민의 식수원인 회야댐에도 비상이 걸렸다. 강물은 짙은 녹색으로 변해 ‘녹차라테’라는 말까지 나왔다. 전국이 예외 없이 녹조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이다.

심각한 녹조는 수돗물 공포로 이어지고 있다. 수도권 식수원인 팔당호 일대에는 이미 조류주의보가 내려졌고, 서울지역 5개 취수장 가운데 암사·구의·풍납 취수장은 한 차례 기준치를 초과했다. 풍납취수장에서 원수를 공급받는 인천에서는 시민들이 수돗물에서 녹조 특유의 흙냄새가 난다고 호소하고 있다. 특히 환경단체인 녹색연합은 낙동강 수질을 분석한 결과 독성물질을 가진 남조류의 일종인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며 당국의 대응을 촉구했다. 환경부는 정수처리를 강화해 수돗물을 수질기준 이하로 차질 없이 공급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시민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올 여름 전국적인 녹조 비상은 폭염과 강수량 부족 때문에 발생했다. 장마가 일찍 끝난 것도 또 다른 원인이다. 하지만 녹조에 대한 대비는 충분치 않다. 수도권 정수장 37곳 중 녹조에 따른 냄새와 독성물질을 걸러낼 수 있는 고도처리시설을 설치한 정수장은 8곳에 불과하다. 대구·경북 지역에 수돗물을 공급하는 낙동강 중·상류 정수장 7곳 중에서도 문산·매곡·고령 정수장에만 고도처리시설이 있다. 폭염은 이번 주에도 계속된다고 하니 수돗물조차 못 먹게 될지 모른다는 걱정이 끊이지 않는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보다 철저하게 대비해 시민들을 안심시켜야 한다.

동시에 녹조현상에 과학적이고 신중하게 대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일부 환경·시민단체 등은 4대강 사업 때문에 유속이 느려져 녹조가 발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청와대는 이를 의식해 “녹조와 4대강 사업은 관련이 없다” “이런 식의 호도는 곤란하다”고 단언했다.

하지만 녹조가 4대강 사업 때문에 발생했다거나, 4대강 사업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과학적 근거 없이 선언하는 방식은 문제가 있다. 국민의 건강과 직결된 수돗물에 비상이 걸렸는데 정치적 이해에 따라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최근 우리나라에는 집중호우, 한파 및 고온현상 등 이상기후가 잦아지고 있다. 녹조현상이 여름마다 되풀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국민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과학적으로 원인을 파악해 믿을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