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고군분투하는 노숙인 쪽방 사역자들, 교회 정부 지원 필요

입력 2012-08-07 15:17


1994년 이후 최악의 폭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노숙인·쪽방주민 등 취약계층 사역자들은 그 어느 해보다 분주한 여름을 보내고 있다. 노숙인·쪽방촌 사역자들은 무더위 쉼터와 샤워·세탁시설이 혹서기 취약계층에게 가장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또 지역 교회가 혹서기만이라도 교회를 개방해 줄 것을 요청했다.

서울의 낮 최고기온이 열이틀째 33도를 넘어선 7일 오전 10시, 서울 남대문로5가 남대문지역상담센터 앞은 포장도로에서 올라오는 열기로 호흡조차 곤란했다. 건물 구조상 환기가 어렵고 선풍기 외 냉방장치가 없는 쪽방은 한낮 기온이 40도가 넘는 곳도 많았다.

(사)푸른나눔이 서울시 위탁을 받아 운영 중인 남대문지역상담센터 지하1층에는 더위를 피해 피난 온 쪽방주민들이 모여 있었다. 750여명의 남대문 쪽방주민 가운데 하루 200여명이 센터 내 샤워실과 세탁실을 이용한다고 센터 측은 전했다. 센터에서 일하는 박모 간호사는 “여름철엔 미지근한 물로 몸을 씻고 세탁을 자주 해야 각종 질병을 예방할 수 있다”며 “청결 유지가 여름철 건강에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서울 창신동 동대문역 뒤편 등대교회(김양옥 목사)에도 10여명의 노숙인과 쪽방주민이 약 99㎡(30평) 넓이의 교회 본당에서 더위를 식히고 있었다. 교회는 오전 5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샤워시설과 세탁시설 및 무더위 쉼터를 지역 내 노숙인과 쪽방 거주민, 독거노인에게 개방하고 있다. 폭행·음주·흡연 금지 등 교회의 기본 원칙만 지키면 누구나 제약 없이 이용할 수 있다. 쪽방주민 이모(52)씨는 “공기 자체가 더워 선풍기는 무용지물이고 찬물로 샤워를 해도 10분을 못 버틴다”며 “그나마 에어컨 틀어주는 교회 덕에 살만하다”고 말했다. 노숙인 김모(57)씨는 “쪽방주민은 샤워나 세탁이 가능하지만 우리 같은 사람에게는 교회나 쉼터가 없으면 씻는 일조차 쉽지 않다”고 말했다.

취약계층 전문 사역자들은 지역교회의 참여와 정부의 다각적 지원을 주문했다. 2009년 서울시에 노숙인 쉼터 지정을 신청했던 등대교회는 ‘자가 건물’이 아니라는 이유로 반려됐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현재 노숙인 지원 시설은 시설 운영의 영속성과 지원금 회수 등의 문제로 시설 소유의 건물이 있는 경우만 쉼터 지정이 가능하다. 김양옥 목사는 “지인과 지역노회, 우리보다 더 어려운 교회의 도움으로 쉼터(교회)를 운영하고 있지만 여름과 겨울은 수도세(20만원)와 난방비(60만원) 대는 것조차 버겁다”며 “정부가 관계법령을 정비해 사회적 약자에게 실제적 도움을 줘야한다”고 강조했다.

하루 150여명의 노숙인과 쪽방 주민이 세탁과 샤워시설을 이용하는 영등포동 광야교회 관계자는 60세 이상 건강취약계층을 위한 경로당(마을회관) 건립이 시급하다고 전했다. 영등포역 인근 쪽방에는 현재 200여명의 독거노인이 거주 중이다. 하지만 광야교회에 마련된 무더위 쉼터는 10명이 이용하기도 비좁은 형편이다.

정병창 영등포쪽방상담소 사무부장은 “지난 5년간 정부기관에 경로당 건립을 요구했지만 아직까지 요원하다”며 “가족 없는 노인들이 폭염과 강추위 등 자연재해로부터 피할 수 있는 공간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 교회들이 혹서·혹한기만이라도 지역 내 취약계층을 위해 교회 개방에 앞장선다면 주변 노숙인과 쪽방주민, 독거노인들이 자연재해로부터 건강을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