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런던올림픽] 원더풀 ‘양1’… 한국 체조 52년 恨 풀었다
입력 2012-08-07 01:47
양학선이 ‘4초의 미학’ 뜀틀에서 마침내 한국 올림픽 체조사를 새로 썼다. 도움닫기부터 착지까지 걸리는 시간은 불과 4초. 그는 순간을 위해 구름판이 깨지도록 달리고 또 달렸다.
양학선은 원래 유연성이 뛰어난 선수가 아니었다. 대신 몸을 트는 동작이 뛰어났다. 광주체고 시절 유난히 탄력이 좋은 그는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여홍철(경희대교수)이 만든 ‘여2’ 기술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여 교수가 은퇴한 뒤 국내 선수가 시도한 적이 없는 기술을 고교 1년생 양학선이 해낸 것이다.
고교 2년 때인 2009년 대표팀에 합류한 양학선은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뜀틀에서 압도적인 기량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난해 도쿄 세계선수권 도마 결승에서도 1, 2차 시기 평균 16.566점을 받아 2위를 0.2점 차 이상 따돌리고 우승했다.
양학선이 세계적인 선수로 발돋움한 데는 ‘여2’ 기술에 반 바퀴를 추가해 만든 자신만의 ‘양학선’ 기술개발이 밑거름이 됐다. 이 기술은 도마를 양손으로 짚은 뒤 공중으로 점프해 세 바퀴 회전(1080도)한 후 착지하는 것이다. 국제체조연맹(FIG)은 처음으로 기술 시연에 성공한 양학선의 영문 이름을 따 이 기술을 ‘YANG Hak Seon’으로 채점 규정집에 올렸다. 흔히 ‘양1’이라고 한다.
158.8㎝의 작은 체구에서 높은 도약을 만들려면 폭발적인 스피드가 필수적이다. 양학선은 10㎏짜리 바벨을 허리에 묶고 25m 거리를 전력 질주하는 혹독한 훈련을 중학생부터 해냈다. 구름판까지 거리는 25m. 이 같은 훈련 덕분에 양학선의 도움닫기 속도는 초속 7.83m로, 평균 초속 6m인 일반 선수보다 훨씬 빨랐다. 구름판의 가죽이 찢어지고 스프링이 깨지면서 양학선이 만들어진 것이다.
하지만 양학선에게 런던올림픽은 최종 목적지가 아니다. 1080도에서 180도를 더 트는 ‘양2’를 완성해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까지 도전하는 것이다.
1960년 로마올림픽에 첫 출전한 한국체조는 그동안 은 4, 동 4개를 땄지만 금메달은 이번이 처음이다.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박종훈(도마)이 동메달을 목에 걸면서 체조 첫 올림픽 메달이 나왔다.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유옥렬이 도마에서 동메달을 땄고, 1996년 애틀랜타, 2000년 시드니, 2004년 아테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여홍철(도마), 이주형(평행봉), 김대은(개인종합), 유원철(평행봉)이 연이어 은메달을 땄다. 2004년 대회서는 양태영이 심판의 오심 탓에 금메달을 눈앞에서 놓치는 아쉬움도 있었지만 이날 양학선의 금메달로 한국 체조는 52년 만에 올림픽에서 금메달 한을 푸는 쾌거를 달성했다. 그것도 자신이 만들어낸 ‘양1’ 기술로 당당히 금메달을 목에 걸어 더욱 값졌다.
런던=서완석 국장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