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銀 금리 수술… 영업점장 ‘고무줄’ 가산금리 없앤다

입력 2012-08-06 19:02

은행권이 전격적인 ‘금리 수술’에 나섰다. ‘고무줄’로 불리는 영업점장 가산금리를 폐지하고, 불합리한 대출관행을 손보는 등 잇달아 개선안을 내놓고 있다. 부당한 금융권 영업행태를 질타하는 여론이 거센 데다 금융감독원이 가산금리 실태 점검을 하자 황급히 움직이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이달 중순부터 가계신용대출 영업점장 가산금리를 폐지한다고 6일 밝혔다. 영업점장이 전결 처리하는 가산금리는 지점에서 고객 신용도에 따라 기준금리에 추가하는 금리다. 대출 금리는 기준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해 결정되고 가산금리는 목표이익, 신용프리미엄, 영업점장 가산금리 등의 항목으로 구성된다. 이에 따라 국민은행에서 가계대출을 받는 고객은 앞으로 전국 어느 지점에서나 동일한 금리로 대출 받을 수 있다.

또 국민은행은 가계·기업 대출금리 상한선을 3% 포인트 내리기로 했다. 신용등급이 낮은 고객의 경우 기존에는 최고금리가 18%였지만 앞으로는 최고금리가 15%로 인하된다. 국민은행은 중소기업 금융비용 경감을 위해 ‘전액 신용보증부 여신’(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 등에서 전액 보증을 받는 대출)에 대한 영업점장 가산금리도 없애기로 했다.

다른 은행들도 가산금리 폐지와 대출금리 인하 등을 적극 검토 중이다. 신한은행은 영업점장 가산금리 문제와 함께 감사원에서 지적한 학력차별 등 부당 대출관행 등에 대한 개선방안을 7일 발표한다. 신한은행은 이를 위해 그동안 별도의 태스크포스를 구성했으며, 이번 발표 내용에는 금리 인하 방안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은행도 지난달 31일 관련부서장 회의를 열고 가산금리 폐지 및 대출관행 개선 방안 등을 논의했다. 일단 우리은행은 신용카드 부문에서 서민 부담을 줄이기 위해 카드채무 상속자가 빚을 갚지 못하더라도 연체이자를 면제해줄 예정이다. 장애인·국가유공자 등에 대해서는 카드대환대출금리를 13%(기존 24%)로 적용할 계획이다.

하나은행은 지난 2월 29일 영업점장 가산금리를 폐지한 데 이어 최근 가계대출 금리 인하를 고심하고 있다.

시중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없애고 가계대출 금리 인하에 적극 나선 것은 감사원에 이어 금감원까지 압박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감사원은 지난달에 국민·우리·신한·하나은행 등 시중 4대 은행이 2008년 10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가산금리 조정으로 20조원이 넘는 이익을 챙겼다는 감사결과를 발표하고, 금융당국의 조치를 요구했었다. 금감원은 실태조사에 나서 가산금리 산정항목, 은행의 목표이익 등을 두루 살펴 불합리한 부분이 없는지 확인하고 있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