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된장녀’ 지고 ‘간장녀’ 뜨니… 셀프 염색제·편의점 커피 인기 쑥
입력 2012-08-06 19:04
직장인 김선미(30·여)씨는 며칠 전 처음으로 집에서 머리를 염색했다. 검은 머리를 갈색으로 염색하고 싶었지만 요즘 부쩍 가벼워진 주머니 때문에 미용실에 갈 엄두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씨는 8900원에 머리색을 바꿨다. 김씨는 “평소 가던 미용실에서 염색하려면 적어도 10만원은 들어 몇 달째 망설이기만 했다”며 “생각보다 머리도 마음에 들게 됐고 무엇보다 저렴한 가격 때문에 어머니 새치 염색도 집에서 해드릴까 한다”고 말했다.
최근 경기불황과 고물가 탓에 헤어관리비, 커피값 등 품위유지는 하되 비용은 최대한 아끼려는 ‘알뜰족’이 늘어나고 있다. 헤어관리는 해야 하는데 미용실 가격은 비싸고, 커피전문점에 가는 것이 습관이 됐지만 비싼 음료를 마시기엔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6일 화장품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집에서 머리를 염색할 수 있는 ‘셀프 염색제’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미용실 가격은 10만원을 훌쩍 넘지만 셀프 염색제 가격은 1만원 내외로 비교적 저렴하기 때문이다.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올 상반기 염모제 매출이 지난해 상반기 대비 45.7% 증가했다. LG생활건강은 최근 염모제 전체 판매 수량이 월평균 32만개를 넘어섰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염모제 매출 성장은 경제적 비용으로 멋내기도 놓치지 않으려는 소비자들의 알뜰한 소비 행태를 보여준다”며 “미용실 비용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경제성 덕분에 염모제 시장은 계속 성장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소비 경향은 한때 ‘된장녀’를 상징하던 커피전문점 커피의 메뉴별 점유율 변화에서도 나타났다.
커피전문점 이디야커피에 따르면 올 상반기 매출에서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가격이 제일 저렴한 아메리카노다. 2500원짜리 아메리카노 점유율은 지난해 상반기 37%에서 올 상반기 43%로 높아졌다. 반면 아메리카노보다 가격대가 높은 2800원짜리 카페라테는 지난해 상반기와 올 상반기 모두 15%를 유지했고 3000원짜리 카페모카는 지난해 8%에서 올해 4%로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1000원대의 편의점 커피가 불티나게 팔리는 것도 불황을 맞이하는 알뜰족의 소비패턴 변화로 분석된다. 편의점 커피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보다 CU는 46.7%, 세븐일레븐은 31.1%, GS25는 13.6% 매출이 증가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