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당권파 “정치적 자살행위 중단” 반발
입력 2012-08-06 21:54
강기갑 대표 등 통합진보당 신당권파가 사실상 신당 창당을 선언하자 구당권파는 “탈당과 분열의 정치”라며 “당 파괴행위를 중단하라”고 맞섰다.
구당권파 이상규 의원은 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을 지켜야 할 분이 당을 깨겠다고 나서는 게 말이나 되느냐”며 “당 파괴 운운하는 것은 당헌·당규 위반이다. 당 대표에게 당 파괴 권한은 없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당이 대중적 진보정당의 가능성을 상실했다’는 강 대표 발언에 대해서는 “동료를 사지로 내몰아 자신만 살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이 의원은 신당권파의 탈당 혹은 신당 창당 가능성에 대해 “정치적 자살 행위”라고 경고했다. 2008년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분당 사태로 양측 모두 처절한 패배를 경험했다는 것이다. 구당권파의 동의 없이는 신당권파끼리 신당을 창당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기 때문에 “해볼 테면 해보라”는 냉소적인 시선이 깔려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그러나 신당권파가 집단 탈당할 경우 ‘종북당’으로 낙인찍히고 정치적으로 고립될 수 있어 구당권파 역시 상당히 곤혹스러운 입장이다.
신·구당권파가 큰 입장차를 보임에 따라 다음주에 열릴 것으로 보이는 중앙위원회에서 양측의 정면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아울러 통합진보당이 분당으로 치닫게 되면서 대선을 위한 야권연대도 불투명하게 됐다. 당초 통합진보당은 9월 이전에 대선후보를 결정하고 이후 민주통합당 등 범야권과 후보단일화를 추진한다는 방침이었다. 그러나 이대로라면 통합진보당이 대선후보를 정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강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국민께 드렸던 비전인 야권연대를 통한 진보적 정권교체는 이제 지키지 못할 약속이 됐다”고 말했다. 만일 신당권파가 조기에 사태를 수습하고 대선 전에 신당 창당에 성공한다면 야권연대는 가능할 수 있다. 하지만 구당권파가 독자 대선후보를 내는 등 진보진영이 분열되거나 신당 창당이 국민들에게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할 경우 연말 대선에서 통합진보당의 입지는 매우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