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공천헌금 의혹 파문] 휴대전화 위치 추적에 덜미… ‘거짓말 릴레이’ 끝나나

입력 2012-08-07 01:39

조기문 전 새누리 부산시당 홍보위원장이 현기환 전 의원과 사건 당일 같은 장소에 있었던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검찰의 4·11 총선 공천헌금 의혹 사건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조 전 위원장은 현영희 의원 수행비서 정모씨를 만나 돈을 받은 사실도 자백한 것으로 6일 알려졌다. 다만 아직 3억원의 행방은 불분명하다. 검찰은 ‘3억원의 실체와 행방’을 확인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3억원을 조성해 현 전 의원에게 전달하라고 지시한 현 의원, 중간 전달자인 조 전 위원장, 현 전 의원 역시 모두 실체를 부인하고 있으나 실체 확인은 그리 어렵지 않을 전망이다.

◇3억원 실체는=총선을 한 달도 남기지 않은 3월 15일. 정씨에 따르면 그는 당일 오후 3시쯤 부산 범일동 S빌딩 15층에서 현 의원으로부터 은색 쇼핑백을 전달 받았다. “현 전 의원에게 갈 3억원”이었다. 장소는 현 의원 남편의 회사 회장실이다.



그는 쇼핑백을 들고 부산역에서 서울행 4시 KTX에 몸을 실었다. 정씨는 서울역에 도착, 6시45분 조 전 위원장을 만나 쇼핑백을 넘겼다. 현 전 의원에게 연락이 바로 되지 않자 이들은 서울역 식당에서 태평로 코리아나호텔로 이동했다. 여기서 조 전 위원장은 정씨에게 “내게 맡기고 가라”고 했다는 게 정씨의 진술이다.



조 전 위원장은 당일 서울에 가지 않았다고 당초 부인했다. 부산 서면에서 점심을 먹고 저녁도 온천동 횟집에서 먹었다고 했다. 그러다 “강남에 잠깐 볼 일이 있어 갔었다”고 말을 바꿨다. 이어 이날 검찰 조사에서는 “정씨를 만난 건 사실이지만 3억원이 아니라 500만원을 받았고, 당 운영 경비 명목이었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위원장을 ‘중간 전달책’으로 지목한 정씨 제보가 점점 신빙성을 갖는 대목이다. 다만 조 전 위원장이 “3억원을 배달사고 냈다”는 말도 나온다. 정씨는 조 전 위원장이 돈을 현 전 의원에게 실제로 전달했는지 확인하지 못했다. 현 전 의원도 사건 당일 오후 7~9시 사이의 휴대전화 통화기록을 근거로 자신은 공천 업무로 여의도를 벗어나지 않았고, 조 전 위원장을 만나거나 연락하지도 않았다고 부인했다.



새누리당 박근혜 경선캠프의 정치발전위원인 이상돈 중앙대 교수는 “현 전 의원이 혐의를 전적으로 부인하고 있다. 오히려 배달사고나 심지어 횡령 가능성에 힘을 싣는 기사마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휴대전화 위치추적에 덜미=3억원의 실체와 행방에 대한 당사자 진술이 엇갈리고 있어 검찰은 물증을 통해 진실을 찾고 있다. 검찰은 현 의원이 돈을 인출하거나 전달하는 장면이 담긴 CCTV 화면이 주요한 증거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현 의원이 정씨에게 돈을 전달한 남편 집무실에는 CCTV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건물 출입구 CCTV 화면은 보관기간이 고작 15일에 불과했다. 현 의원 남편의 계좌에서 빠져나간 돈도 3억원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팀은 4~5일 정씨와 조 전 위원장이 교통편으로 이용한 서울역 부근과 김포공항 일대 CCTV화면을 확보하려고 애를 썼지만 이미 오래 전에 지워져 허탕만 친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이동통신사를 통해 제출받은 휴대전화 통화 및 위치추적 기록으로 단서를 잡았다. 검찰은 3월 15일 조 전 위원장은 현 의원이 머물던 서울 태평로 코리아나 호텔 반경 200븖 안에서 현 의원의 대포폰으로 전화를 걸었던 사실을 확인했다. 조 전 위원장은 검찰이 이 같은 기록을 근거로 추궁하자 기존 진술을 번복하고 정씨를 만난 사실을 인정했지만 3억원의 실체는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은 현 의원 부부가 1000억원대 재력가로 알려진 만큼 조 전 위원장이 실제 3억원을 건네받았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공천헌금 의혹 어디까지=정씨는 선관위에서 현 의원의 경우 올해 초 부산 지역구 후보인 Y씨와 L씨, H씨 등에게 차명으로 각각 300만~500만원을 전달하도록 했다고 제보했다. 후보자 본인은 후원금을 송금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이 개혁공천을 외쳤지만 영남권 시당에서는 공천 대가로 수억원의 금품이 오간다는 설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비례대표의 경우 초반에 확정된 20번 이내와 달리 20번 밖 후보자들은 친박 인사들이 나눠먹기 했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돌 정도였다. 현 의원이 이 과정에서 수억원의 금품을 뿌렸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3억원의 최종 귀착지가 현 전 의원이라면 대가성을 따져봐야 한다.

지역공천에 탈락한 뒤 비례대표로 공천 받은 사례는 현 의원이 유일했다. 검찰이 새누리당의 공천심사 자료 등을 통해 절차 상 문제는 없었는지 검증해야 할 부분이다.



한편 민주통합당은 새누리당 지도부가 검찰의 공천헌금 의혹 사건 수사 사실을 알고도 언론에 보도된 지난 2일까지 사흘 동안 은폐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새누리당이 사건을 당 차원에서 축소하기위해 언론에 이 사건을 흘렸고, 당사자들은 검찰 수사에 대비할 수 있게 됐다는 얘기다. 새누리당은 그러나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다는 이야기를 전달받고 사실 확인 작업을 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강주화 유동근 기자, 부산=정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