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손목 비틀기… 겉돌기만 하는 ‘힐링펀드’

입력 2012-08-06 19:41


새희망힐링펀드가 출범조차 못하고 겉도는 것은 금융당국의 습관적인 ‘금융회사 손목 비틀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서는 정책 실패로 피해자를 양산한 금융당국이 금융회사 돈으로 뒷수습을 하려 한다며 못마땅해 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아직까지 기부를 한 금융회사가 한 곳도 없을 정도다. 이 때문에 힐링펀드가 제대로 구실을 할지 의문이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이 자체적으로 초기 힐링펀드에 기부하는 법인카드 포인트는 4500만원어치다. 연내 힐링펀드가 60억원 규모로 조성된다고 봤을 때 전체의 0.75%에 불과한 규모다. 나머지 99.25%는 은행·증권·카드·보험사 등 금융회사의 돈이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법인카드 포인트는) 버리는 건데 기부에 반대하는 곳이 어디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금융회사들은 법인카드 포인트를 엄연히 현금과 같은 수익으로 본다. 이들은 자율적으로 사회공헌 활동을 하고 있는데 금융당국이 기부를 종용하며 이중 부담을 지운다는 입장이다.

금감원은 지난 3월 처음으로 은행연합회·금융투자협회·여신금융협회 등 각 단체를 통해 금융회사의 법인카드 포인트 적립현황을 제출하라는 업무서신을 발송했다. 이후 수차례 기한을 늘려가며 포인트 현황을 파악했다. 금융회사 관계자들은 “처음에는 적립현황만 묻더니 나중에는 이걸 일괄 기부해야 한다는 식으로 업무서신이 왔다”고 했다.

차츰 업무서신의 내용은 노골적으로 변했다. 은행과 카드사는 법인카드 포인트를 적립하지 않는 등 금융권역별로 편차가 크자 금감원은 포인트 미적립 금융회사에는 현금을 기부하거나 기존 사회공헌기금 중 일부를 내도록 압박했다. 법인카드 포인트의 사용은 즉시 자제토록 했고, 금융회사가 홈페이지에 운영 중인 기부 관련 항목에 힐링펀드 코너를 포함하도록 요구했다. 금감원은 금융회사 임직원이 자발적으로 모은 기부용 ‘급여 끝전’을 힐링펀드 재원으로 쓸 수 있는지도 조사했다.

마지못해 끌려가다보니 초기자금 입금 완료일을 지난 6월 말에서 지난달 말로 연기했는데도 힐링펀드에 법인카드 포인트를 기부한 금융회사는 아직 한 곳도 없다. 여신금융협회를 통해 현금 20억원을 기부키로 한 카드업계도 머뭇거리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업체끼리 서로 적게 내고 싶어 하는 눈치싸움이 있다”고 전했다.

금감원은 금융회사가 자발적으로 참여토록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금융회사들은 연이은 공문 발송 자체를 압력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이경원 강창욱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