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방문진 이사장 논문표절과 도 넘은 박사 남발
입력 2012-08-06 18:28
김재우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의 박사학위 논문에 대한 표절 의혹이 제기됐다. 민주통합당 신경민 의원은 5일 “㈜벽산 대표이사로 재직하던 2005년 김 이사장의 단국대 경제학박사 학위논문이 수십 쪽에 걸쳐 타인의 논문과 언론 보도 등을 표절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또 한 번 사회지도층들의 천박한 도덕성이 도마에 오르게 됐다. 방문진은 MBC 주식 70%를 보유한 대주주이며 실질적으로 MBC의 경영 등을 관리·감독하고 있어 그 기구의 좌장인 이사장이 표절행위라는 지적 범죄행위를 저질렀다면 방문진은 물론 MBC에 대해서조차 국민의 신뢰는 떨어질 것이다.
다른 논문도 마찬가지이지만 특히 박사학위논문은 전문가로서 갈고닦은 실력을 바탕으로 자신의 학문적 작업 결과를 내놓는 것이므로 그 어떤 무엇보다 순수해야 한다. 그런데도 그 학위논문 속에 지적 도둑질이 난무했다면 논문 작성에 다른 목적이 개입했음을 의미한다. 학위논문이 순수함이나 독창성을 추구하기보다 박사학위 취득 그 자체가 목적인 경우가 흔히 그렇다.
사실 우리 사회, 특히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경우 박사학위 간판을 얻기 위해 분주한 이들이 적지 않다. 학자가 되려는 것도 아니니 박사학위논문 작성과정에서 남의 것을 베끼거나 대충 적당히 작성한다고 한들 조금도 가책을 느끼지 않는다. 문제는 이 같은 흐름에 지도교수들도 편승해 좋은 게 좋은 것이라며 논문지도는커녕 제대로 체크조차 하지 않고 박사학위를 남발한다는 점이다.
박사학위라는 간판 때문에 빚어지는 우리 사회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사회지도층이나 된 이들이 편법을 구사해서라도 박사학위를 받으려고 혈안이 되고 있는 사회, 이러한 음습한 욕구를 학문의 전당이라는 대학이 버젓이 방조하는 사회, 그런 가운데 우리 사회는 곪고 썩어가고 있다. 학력지상주의, 간판우선주의, 이건 정말 아니다.
김 이사장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워크아웃 대상기업이던 벽산건설을 1년 만에 회생시킨 구조조정 전문가로 잘 알려져 왔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존경받는 인물일 텐데 아쉽다. 그렇게 학구열이 뛰어났거든 표절이라도 하지 말았어야 했다. 당장 논란이 된 논문에 대해 박사학위를 수여한 단국대는 표절 여부를 조사해 밝히고 후속조치를 취해야 옳다. 김 이사장도 거취를 분명히 해야겠다.
간판만 따기 위한 배움이란 비생산적일 뿐 아니라 결코 바람직하고 건강한 모습이 아니다. 고급공무원들은 자신이 다루는 해당 정보를 중심으로 학위논문을 준비하고 지도교수는 이를 지도한다는 명목으로 상부상조하면서 그렇게 대학사회와 관료의 유착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게 또 우리의 현실이다. 정말 우리 사회의 천박한 후진성은 고쳐질 수 없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