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년 런던올림픽 한국선수단 기수는 손기정
입력 2012-08-06 19:44
“개막식은 62개 참가국이 각기 자국의 국명을 쓴 표치(標幟)를 선두로…. 우리는 태극기를 든 기수 손기정(孫基禎)군을 선두로 이열종대로 입장을 하는데….”
일제 치하에서 해방된 한국은 1948년 런던올림픽에서 ‘KOREA’라는 국호를 달고 첫 출전했다. 그때 우리 국기를 들고 입장하는 선수단 모습을 담은 흑백 사진을 보면 감격스럽다. 하지만 사진 속 기수가 36년 베를린올림픽 마라톤 금메달리스트이자 일장기 말소사건의 주역인 손기정옹인지 여부는 논란거리였다.
근대서지학회는 서지학자 오영식(서울 보성고 교사)씨가 최근 공개한 체육전문잡지 ‘체육문화’ 2호(49년 3월 15일 발간)를 통해 당시 한국선수단 기수가 손기정옹이라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6일 밝혔다. 48년 4월 창간된 이 잡지는 이듬해 나온 2호를 올림픽 특집호로 꾸미면서 런던올림픽 한국선수단 이병학 총감독의 글을 실었다. 여기에 ‘태극기를 든 기수 손기정군’이라는 글귀가 분명히 적혀 있는 것이다. 잡지에는 ‘KOREA’가 새겨진 피켓과 태극기를 앞세우고 등장하는 한국 선수단의 사진도 실렸다.
“(레슬링) 황(병관) 선수의 승부에 있어서도 심판에 이의가 있어서 오(파운드)에 수수료를 부쳐 항의를 제출했는데 우리의 항의를 정당하다고 인증하고 재차 승부를 갖게 되었지만 황 선수가 기권하여 그만두게 되어 수수료는 다시 찾았습니다.”
이병학 총감독은 ‘올림픽에서 돌아와서’라는 제목의 이 글에서 당시에도 오심 판정이 있어 수수료를 내고 이의를 제기한 일을 소개했다. 또 선수단이 콘사이스 영어 사전을 준비해가며 소통에 만전을 기한 일, (올림픽 출전 최초의 여자 선수) 박봉식의 원반지기가 현지에서 집중조명 받은 일 등 선수들의 활약상도 전했다.
48년 런던올림픽에서 한국은 김성집(역도)과 한수안(복싱)이 동메달을 따냈다. ‘체육문화’ 2호는 한국 선수단이 경기 성적 외에도 페어플레이로 국가 위상을 드높였다고 평가한다.
올림픽후원회장이었던 안재홍 선생이 ‘올림픽은 국민외교의 좋은 기구’라는 제목의 글에서 “경기 이외의 선수 및 대표 일행의 행동으로 관계 열국민(列國民)에게 상당한 호인상을 준 바가 적지 않은 것”이라며 한국 선수단의 매너를 높이 산 것이다.
잡지에는 한국 선수단 명부, 박봉식 선수의 경기 장면을 찍은 사진, 한국 역도 대표단과 영국 역도 대표단의 기념사진 등 희귀 사진과 자료도 대거 실려 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