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완석 국장기자의 London Eye] 배드민턴 ‘져주기’ 실격 과연 선수만의 잘못인가
입력 2012-08-06 18:41
올림픽은 승자에겐 관대하다. 승자에게 모든 포커스가 맞춰지고 그에게 모든 영예가 돌아간다. 고대올림픽은 더 했다. 우승자에게만 모든 영광이 주어졌다. 금전적 보상은 물론이고, 챔피언을 신적 존재로 여겨 금의환향하는 그를 위해 성벽을 허물어 별도의 출입문까지 만들었다. 작금의 스포츠 세계에 만연한 ‘1등 지상주의’ ‘승리 지상주의’라는 그릇된 사고는 고대 그리스부터 비롯된 것이다.
런던올림픽 배드민턴 여자복식 경기에 출전한 선수들이 좀 더 편한 상대를 만나기 위해 일부러 져주기 게임을 벌여 논란을 빚었다. 국제배드민턴연맹(BWF)은 청문회를 열었고 결국 한국선수 4명을 포함, 중국과 인도네시아 선수 등 모두 8명에 대해 실격처분을 내렸다.
대한체육회는 BWF의 실격처분이 내려진 직후인 지난 2일 해당 선수들과 코치에 대해 귀국조치를 내렸다. 그리고 올림픽 후 추가징계를 시사했다.
선수들에겐 무슨 혐의가 씌워질까. ‘1등 하려는 죄’가 가장 클 것이다. 선수들은 오직 금메달이라는 최후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청춘을 불살랐다. 승리하기 위해 라이벌 선수의 특기, 약점 등에 대해 면밀한 대책을 마련했을 터이다. 먼저 중국선수들이 자국 선수끼리 4강에서 만나지 않으려고 꼼수를 부렸고 이에 맞서 한국, 인도네시아 선수들이 져주기 게임에 덩달아 가세했다고 한다.
물론 이들을 두둔하려는 의도는 없다. 최선을 다해 게임에 임하지 않음으로써 분명 스포츠맨십에 어긋나는 행동을 했다. 져주기 게임을 하더라도 ‘선수답게’ 눈에 보이지 않게 하는 방법도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에게 1등을 강요했던 곳은 배드민턴협회와 체육회가 아니던가. 선수들을 승리지상주의로 몰고 가 금메달 10개 이상을 따도록 강요한 것 아니었던가.
사실 이번 대회는 국제대회에서 부작용이 확인됐던 조별리그 방식을 올림픽에 도입한 것에서 부정이 싹틀 조짐을 안고 있었다.
중국의 농구스타 야오밍도 “이런 일은 농구에서도 일어난다. 그것도 승부 조작이라고 부를 수 있나”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죄인처럼 귀국했던 선수들. 누가 이들에게 돌을 던질 것인가.
런던=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