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런던올림픽] 꼴찌 피스토리우스 ‘1등 올림피언’… 의족 스프린터, 육상 400m 결승 좌절

입력 2012-08-06 18:41

1위로 골인한 키라니 제임스(20·그레나다)가 뒤로 돌아섰다. 5일(현지시간) 런던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남자 육상 400m 준결승 2조 경기. 지난해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400m 챔피언인 제임스는 꼴찌로 방금 결승점을 통과한 오스카 피스토리우스(26·남아프리카공화국)에게 다가가 포옹했다. 그리고는 배꼽에 붙어 있던 이름표를 교환하고 오른손을 맞잡았다. 제임스는 “피스토리우스와 함께 여기 출전한 지금이 잊지 못할 순간이다”라고 했고, 피스토리우스는 “결승점을 통과하는 순간 우리 모두는 친구다. 그게 올림픽이다”라고 화답했다.

‘블레이드 러너’ 피스토리우스는 이 경기에서 46초54를 기록, 전체 8위로 남자 400m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전날 출전한 예선 때보다 1초10 늦었고, 출발 반응 시간도 쳐졌다. 하지만 스타디움을 가득 메운 8만 관중은 ‘피스토리우스’를 연호했다. 피스토리우스는 “목표는 준결승 진출이었다. 꿈은 이미 이루어졌다”고 말했다.

피스토리우스는 태어날 때부터 종아리뼈가 없었고, 첫돌 때 무릎 아래를 덮는 의족을 선물받았다. ‘J’자 칼날 같이 생긴 의족의 별명은 치타다. 치타를 단 피스토리우스는 비장애 육상선수들과 400m 트랙에서 경쟁해 자력으로 2008 베이징올림픽 출전권을 따냈지만, 기구 착용을 금지한 국제육상경기연맹의 규정이 올림픽의 꿈을 막았다. 그러나 스포츠중재재판소가 피스토리우스의 손을 들어주면서 2012 런던의 트랙에 섰다. 피스토리우스의 다음 경기는 9일 열리는 남자 1600m 계주 예선이다. 그는 남아공 릴레이 주자로 다시 한 번 스타디움에 나설 예정이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