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런던올림픽] “볼트에 감전됐나”… 시대 탓하는 2인자들

입력 2012-08-06 19:20

‘번개’ 우사인 볼트(26·자메이카)의 멀어지는 뒷모습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2인자들. 당대 최고 스프린터로 각광을 받았어야 할 ‘인간탄환’들로 손색없었지만 볼트와 동시대 선수로 뛰게 된 운명을 원망하며 고개를 떨궜다.

볼트의 팀 동료이자 가장 강력한 대항마로 꼽혔던 요한 블레이크(23)는 9초75라는 준수한 기록을 세우고도 2위에 만족해야 했다. 그는 볼트의 훈련 파트너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대구 세계육상선수권 대회에서 100m 우승을 거머쥐며 자신을 알렸다. 자국 올림픽 대표 선발전 100m와 200m에서 볼트를 따돌렸지만 올림픽 본선을 대비해 몸을 만들어 온 볼트의 적수는 아니었다.

볼트의 바로 옆 6레인에서 뛴 2004년 아테네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저스틴 게이틀린(30·미국)도 출발은 경쾌했다. 탁월한 스타트 반응 속도로 초반에는 선두로 치고나가는 듯했으나 50m 지점에서 긴 보폭으로 ‘쭉쭉’ 치고 나오는 볼트에 순식간에 뒤처졌고 3위(9초79)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약물 복용으로 4년간 출전정지 처분을 받고 2010년 복귀한 그는 절치부심 왕좌 탈환을 노렸지만 역부족이었다.

볼트 등장 직전까지 100m 양대 산맥이었던 타이슨 게이(30·미국)와 아사파 파월(30·자메이카)도 노메달 수모를 감내해야 했다. 2007년 오사카 세계대회 단거리 3관왕이자 전날까지 역대 100m 2위 기록(9초69)을 보유했던 게이는 9초80을 기록하며 2위권에서 대등하게 달렸지만 게이틀린에 0.01초 뒤져 메달을 놓쳤다. ‘무관의 제왕’ 파월은 경기 도중 다리 근육통이 도져 레이스를 포기한 뒤 볼트의 화려한 우승 세리머니를 주저앉아 지켜봐야 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