非朴 ‘지나친 정치공세’ 부담감- 새누리당 주자들 경선 복귀 배경·전망
입력 2012-08-06 01:19
새누리당 비박(非朴·비박근혜) 주자들이 5일 경선 복귀를 결정한 것은 경선 파행에 따른 책임론과 지나친 정치 공세라는 비판 여론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5+2(경선후보 5명+황우여 대표, 김수한 경선관리위원장)’ 연석회의에서 어정쩡한 타협은 이뤘지만 향후 검찰 수사 등에 따라 갈등의 불씨가 되살아날 가능성이 적지 않다.
◇개운치 않은 봉합과 뒷말=임태희 전 대통령실장, 김태호 의원, 김문수 경기지사는 연석회의에서 공천헌금 의혹이 확인될 경우 황 대표가 책임진다는 데 합의했다. 연석회의가 열리기 불과 6시간 전 만 해도 이들은 의혹이 확인되면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후보를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상수 전 인천시장이 먼저 요구하자 이를 즉각 받아들이며 박 전 위원장을 강하게 압박한 것이다. 하지만 회의에서 박 전 위원장이 당시 공천심사위원회 운영을 설명하고, 후보 사퇴 요구는 적절치 않다고 하자 이내 수그러들었다.
회의가 끝난 뒤에는 박 전 위원장의 책임 발언을 두고 해프닝이 일어났다. 임 전 실장은 기자회견을 자청, “결론에 불만이 있지만 그렇지 않아도 힘든 당에 또 상처를 주는 것은 책임 있는 대선후보로서의 도리가 아니라고 판단해 결과를 수용키로 했다”면서도 “박 전 위원장이 ‘공천은 독립적인 공심위에서 한 것으로 내가 책임질 일이 없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에 박 전 위원장 캠프 이상일 대변인은 즉각 당사 기자실을 찾아 “박 전 대표에게 확인한 결과 ‘그런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한다”고 부인했다.
◇남은 경선 일정은=비박 주자들은 6일 서울 합동연설회부터 참석하기로 했다. 일단 경선은 예정대로 진행되지만 연석회의에서 꾸리기로 한 공천헌금 진상위원회 활동 등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당초 비박 주자들은 공천헌금 의혹이 ‘박근혜 사당화’에서 비롯됐다며 공천 컷오프 자료 공개 등 강도 높은 진상조사를 요구해 왔다. 그러나 연석회의에선 서병수 사무총장과 황 대표의 설득으로, 이번 사안에 관련된 진상조사위원회만 후보들이 추천하는 1인을 포함해 꾸리는 것으로 한 발 물러섰다. 서 총장은 공천 관련 자료는 공천 후 모두 자동 폐기된다고 설명했고, 황 대표는 혐의 사실이 나온 것도 아닌데 전체에 문제제기를 하는 것은 당선된 의원과 공천 받은 사람들의 명예와 관련된 문제임을 부각시켰다고 한다.
하지만 당내에선 당장 위원회의 인적 구성과 활동 범위를 둘러싼 논란이 생길 우려가 제기된다. 인명진 목사처럼 모두가 수긍할 만한 인물이 위원장을 맡아 제대로 규명하지 않는 한 별다른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있다. 특히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당이 다시 한번 걷잡을 수 없는 혼돈에 빠질 수도 있다.
◇한숨 돌린 박근혜=박 전 위원장은 비박 주자들의 경선 보이콧 와중에도 독자 행보를 고수했다. 그는 상암동 누리꿈스퀘어에서 열린 ‘20대 정책 토크 청년과 함께’에 안 전 시장과 단둘이 참석해 공천헌금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런(공천헌금) 의혹이 불거져 참으로 민망스럽다”며 “제가 책임지는 위치에 있다면 더 엄격하게 처리할 것”이라고 했다.
비박 주자들의 공격에 대해선 ‘멘붕’(멘탈 붕괴의 줄임말로 정신적 충격을 의미하는 은어)이란 표현까지 사용하며 불쾌한 감정도 숨기지 않았다. 박 전 위원장은 멘붕이란 말의 뜻을 아느냐는 질문에 “진위는 나오지 않았지만 믿었던 사람이 해서는 안 되는 일에 연루됐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멘붕이 되고, 아직 사실 여부도 모르는데 이걸 빌미로 저를 공격하면 이것도 멘붕”이라고 답변했다. 최악의 내분 사태를 봉합한 만큼 박 전 위원장이 대권 가도에서 한 고비를 넘긴 것 아니냐는 반응이 주변에서 나온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