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커버그 대필작가 캐서린 로스의 선택… ‘소셜 망명’ 가상의 사회적 관계에 실망
입력 2012-08-06 06:21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의 대필 작가, 페이스북 창립 멤버, 고객 업무 책임자. 이 모든 것은 2년 전 캐서린 로스(36·여·사진)의 이력이었다. 로스는 현재 ‘소셜 망명’ 중이다.
그리고 2010년부터 책을 썼다. 그녀가 사는 곳은 미국 텍사스주의 시골 마을 마르파. 주민 2000명 남짓 사는 외딴 곳으로 어두운 밤하늘과 별이 아름다워 천문학자들이 찾아오는 곳이다. 소셜미디어에 실망한 그녀는 이곳으로 이사해 벽돌집과 알루미늄 이동주택을 샀다. 휴대전화조차 잘 통하지 않고 아이폰으로 트위터 멘션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이 ‘뜻밖의 축복’을 로스는 기꺼이 즐겼다. 페이스북 페이지도 없앴다. 그녀가 이곳에서 집필한 책은 페이스북 근무 경험과 마초 중심적 회사 분위기를 담은 ‘소년 왕들, 소셜미디어 심장부로의 여행’이다. 워싱턴포스트는 3일(현지시간) 로스의 이야기를 보도했다.
여기까지는 뻔한 얘기다. 갑갑한 도시 생활이 지겨워 낙향, 새 인생을 개척한다는 이야기의 2012년판은 ‘소셜미디어 망명’이다. 스마트폰으로부터의 자유, 숫자만 많고 질은 떨어지는 가상의 사회적 관계로부터 고립된 곳으로의 여행.
2000년대 들어 인터넷 세상이 본격화됐을 때도 온라인 인간관계의 빈약함은 제기됐었다. 지금은 소셜미디어 인간관계에 대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카네기멜론대 인간과 컴퓨터 상호작용연구소의 모이라 버크 연구원은 지원자 1200여명의 감정을 추적한 결과 다른 사람의 인터넷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재하는 것이 행복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음을 발견했다.
매사추세츠 연구소의 과학기술 심리학자인 셰리 터클은 소셜미디어 이용자들이 인간적인 정보에 대해 잘 이해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온라인 삶 속에서 우리는 편집하고, 수정하고, 깨끗이 지웁니다.” ‘외로이 함께: 우리는 왜 과학기술에서는 더 많이, 그리고 서로에게선 덜 기대하는가’의 저자인 터클은 이렇게 지적했다.
한때 소셜미디어가 열린 세상을 만들 것으로 예상했던 로스가 페이스북을 떠난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그녀는 고객들이 페이스북에 올린 어떤 정보에도 접근할 수 있는 ‘마스터 비밀번호’를 가졌었다. 인터넷 페이지에 들어가 기술적인 문제를 수정하거나 내용을 감시할 수도 있었다. 그녀가 차 안에서 낮잠 자는 영상을 찍어 동의 없이 페이스북에 올린 동료 남성 엔지니어의 행동도 이런 실망감을 부추겼다.
로스는 이후 완전히 페이스북을 떠났을까. 대답은 ‘노(No)’다. 책을 집필한 그녀는 페이스북을 재개했다. 친구를 만들기 위한 공간이 아니라 새로운 작가로서의 이미지를 배양하기 위한 용도로. 새로운 경계심을 안고서. 이것이 그녀가 달라진 점이다.
로스는 인터넷 자료를 읽을 수 있게 하는 프로그램인 브라우저를 제한하고 전화와 이메일 그리고 가능한 대면 접촉을 통한 대화를 선호하고 있다.
“당신은 완전히 떠날 수 없어요. 소셜미디어는 세상의 모든 것, 그 자체죠. 어디든 있어요. 지금 이 순간도 사생활을 노출할지 말지를 놓고 과학기술과 거래하고 있죠.” 그녀는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소셜미디어 사용을 줄이고 대면 접촉 빈도를 높인다고 로스의 행복지수가 상승했을까. 그것 또한 확실치 않다. 다만 사생활 노출 문제에서는 안전해졌을 것이다.
박유리 기자 nopim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