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커스―김영재] 더블딥 공포와 중국의 역할
입력 2012-08-05 19:56
최근 발표된 중국의 2분기 경제성장률이 7.6%로 2009년 2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글로벌 경제가 다시 침체하는 더블딥(double dip) 공포에 빠져 있다. 이번 경기침체로 글로벌 경제의 회복을 견인했던 중국을 포함한 브라질 인도 러시아 등 브릭스(BRICs) 국가들의 경제성장률이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선진국들과 동반 하락함으로써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끊임없이 제기돼온 더블딥이 가시화되는 느낌이다.
우리나라도 연초 3.7%의 전망치에서 이제는 3% 달성도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지배적이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 역시 중국 경제도 당분간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함으로써 세계경제는 회복 국면에서 침체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더욱이 중국은 올해 후진타오-원자바오 시대를 마감하고 제5세대로 지도부가 교체되는 중요한 시기로 중국 지도부는 연초 경제적 안정을 위해 경제성장정책을 투자 및 수출 중심에서 내수 중심으로 전환했으며,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7.5%로 하향 조정했다.
중국을 포함해 세계 주요국의 성장률이 동반 하락함으로써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요 20개국(G20)과 국제통화기금(IMF) 등의 국제적 정책공조에 의한 다양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유로존 위기가 심화되고 신흥경제국으로 위기가 확산됨에 따라 글로벌 경제가 다시 침체하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즉 경제 글로벌화의 심각한 구조적 폐해가 현실화되는 듯하다. 중국의 개혁·개방과 함께 가속화된 경제의 글로벌화는 생산요소의 전 지구적 이동으로 생산구조의 재편과 효율성의 증대를 가져왔다. 이로 인해 세계경제의 성장과 안정에 지대한 기여를 하였으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드러난 유로존의 재정위기와 확산은 한 국가 또는 특정지역의 위기가 전 지구적 위기로 확산되는 구조적 취약성을 노출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경제를 주도하던 미국과 주요 선진국, 그리고 IMF 등 국제기구들은 심각한 고민에 빠지면서 위기수습 능력마저 급격히 약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중국은 우리나라와 유사하게 수출입 비중이 큰 개방경제로 천문학적인 재정 지출을 통해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를 빠른 시간 내에 극복했다. 그러나 재정 확대 및 통화 팽창으로 인한 국내 물가 상승과 유로존의 위기 심화로 수출의 급격한 둔화,그리고 지역 간, 계층 간 경제적 격차가 발생함으로써 지속적인 성장에 장애물이 되고 있다. 지도부 교체를 앞두고 경제적 안정이 중요한 올해 중국은 글로벌 더블딥 해소를 위해 어떤 선택을 할까.
중국은 이미 글로벌 경기회복을 위해 위안화의 평가절상을 용인하는 일중 환율변동 폭을 대폭 확대했으며, 최근에는 글로벌 더블딥 우려로 기준금리 인하와 지방정부 중심으로 막대한 규모의 재정지출 계획을 공표한 바 있다. 구이저우성의 경우 3조 위안(약 535조원)의 투자계획을 공표함으로써 경기부양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입체적으로 시행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지방정부를 중심으로 방대한 규모의 경기부양책은 지역 간 경제적 격차 해소와 지역특성화에 초점을 둔 지역균형 발전으로 국내 경제의 안정과 글로벌 경기회복을 위한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린 정책이라 하겠다. 세계의 공장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 고향을 떠난 농민공이 이제 일자리를 잃고 귀향행렬을 이룬다는 것은 중국 경제의 현주소를 냉혹하게 표현하고 있다.
지난 10년 사이 중국의 경제적 위상은 가히 세계경제를 주도할 만큼 비약적으로 도약했다. 동시에 세계경제는 패러다임의 변화로 한 국가의 의지와 노력만으로는 글로벌 더블딥을 극복하는 데 한계가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따라서 중국은 미국과 독일 등 주요국과 상생협력 관계의 강화, 선진제도의 도입, 불필요한 규제철폐 등으로 경제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예측가능성을 제고해야 할 것이다.
김영재 부산대교수·중국연구소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