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 먹고 쓰러진 어르신 구하라” 119 ‘폭염구급대’ 씽씽 달린다
입력 2012-08-05 19:59
폭염이 맹위를 떨치던 지난 4일 오후 3시26분. 서울 노원소방서 상황실에 요란하게 ‘구급 상황’ 콜이 울렸다. 월계지하차도 위 보도에 한 할아버지가 쓰러져 있다는 신고가 접수된 것이다. 콜이 울리자마자 발생장소에서 가장 가까운 월계 119안전센터의 구급대원 3명이 구급차를 타고 출동했다. 구급대는 1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다.
사고 현장은 그늘 없이 뜨거운 뙤약볕이 내리쬐고 있었다. 온도는 36도까지 치솟아 거리는 한산했다. 하지만 이모(80) 할아버지가 지팡이를 던져둔 채 정신을 잃고 도보에 누워 있었다. 지나가던 행인이 신고하지 않았더라면 생명이 위험할 수 있는 급박한 상황이었다.
출동한 구급대원은 바로 할아버지를 구급차 안 침대에 눕히고, 구비해 둔 얼음팩으로 마사지를 시작했다. 생수와 이온음료도 마시게 했다. 약 3분쯤 조치가 계속되자 할아버지는 다행히 곧 회복됐다. 구조대원을 통해 할아버지의 인적사항을 파악한 경찰은 가족들에게 바로 연락을 취했다.
구급대원들은 기쁜 마음으로 할아버지를 구급차에 태워 월계동 집으로 모셨다. 오후 마실을 나갔던 할아버지는 행인의 빠른 신고와 폭염구급대의 응급조치 덕분에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소방방재청은 폭염 사고에 대비해 지난 6월부터 전국 1266개 구급대를 폭염구급대로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폭염구급대는 체온계, 생리식염수(정맥주사·세척용), 정맥주사세트, 얼음조끼와 얼음팩 등 폭염 관련 구급장비들을 비치해 폭염 환자가 발생하면 즉시 출동한다. 폭염구급대는 환자를 즉시 시원한 곳으로 이동시키고 혈액검사와 혈압, 심박수 등을 체크해 지병 여부를 살피고 의료 조치를 취한다. 폭염특보가 발령될 때는 노인 밀집지역이나 야외 노동현장 등 폭염 취약지역을 순찰하며 예방활동도 벌인다.
폭염구급대 관계자는 “주로 노인층·당뇨병 등 지병이 있는 환자들이 잘 쓰러지기 때문에 폭염특보 발령 시 바깥 외출을 줄여야 한다”며 “열 손상 환자가 발생할 때는 바로 시원한 장소로 이동시키고 119로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글·사진=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