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라운지-배병우] 美 도서관, 전자책 대여 확산

입력 2012-08-05 19:46

지난달 말 자메이카로 여름휴가를 간 워런 코너씨는 휴가지에 도착해서야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오지 않은 것을 깨달았다. 도서관 카드를 만들 때 전자책(e-book) 서비스에 대한 설명이 생각난 코너씨는 혹시나 하며 자신이 사는 미국 버지니아주 페어팩스카운티도서관으로 국제전화를 걸었다.

세계 최대 인터넷서점인 아마존의 전자책 단말기 킨들을 갖고 있던 그는 도서관 직원의 설명에 따라 어렵지 않게 소설 등을 다운로드해 무료로 볼 수 있었다.

미국 공공도서관의 전자책 대여 서비스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도서관에 갈 필요 없이 디지털 자료를 다운로드해 보는 세상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 전자책은 컴퓨터나 태블릿PC, 휴대폰에 애플리케이션(앱)을 다운로드해 사용해도 된다. 하지만 도서관에서 아마존 등으로부터 사용료를 내고 콘텐츠를 빌리는 형식이므로 킨들이나 누크 등의 전자책 단말기가 있으면 훨씬 사용하기 편리하다. 책 반납도 편리하다. 대부분 2주간 빌리는 형식인데 대여기간이 끝나면 자동적으로 단말기에서 콘텐츠가 지워져 버리므로 따로 반납하지 않아도 된다.

미국은 물론 와이파이 서비스가 되는 해외 대도시나 휴양지에서도 자신의 거주지 도서관 서버에 접속해 책을 내려 받을 수 있다.

페어팩스카운티도서관의 온라인서비스 담당 사서 조지아 치리리슨씨는 “지난해부터 종이책 구입을 줄이고 전자책 구입을 크게 늘리고 있다. 1∼2년 내에 도서관의 개념이 바뀔 것”이라며 “도서관에서 전자책 대여를 하는 것을 모르는 이용자들에 대한 홍보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페어팩스카운티도서관의 경우 전자소리책(e-audiobook), 전자비디오(e-video) 등 다른 온라인 콘텐츠 대여도 늘리고 있다. 전자책과 마찬가지로 도서관에서 실물 테이프나 비디오, CD를 빌리는 대신 온라인에서 다운로드하면 된다.

하지만 불편한 점도 적지 않다. 상황이 개선되고 있지만 저작권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온라인 서비스가 되지 않는 서적이 있다. 신간의 경우 출판사나 저자가 전자책 공급을 회피하는 사례도 많다.

한국에서도 공공도서관에서 전자책을 늘리고 있지만 미국은 일찍부터 저작권을 사들인 아마존이라는 대형 인터넷서점의 존재로 인해 도서관의 디지털화에 가속도가 붙었다.

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