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런던올림픽] 선수로 감독으로 ‘승부차기→4강’ 2편의 드라마
입력 2012-08-05 22:01
한국 축구 신화의 중심에는 항상 그가 서 있었다. 바로 놀라운 용병술로 한국 축구를 사상 첫 올림픽 4강에 진출시킨 홍명보(43) 감독이다. 홍 감독은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스페인과의 8강전 승부차기에서 마지막 키커로 나서 4강 신화를 완성했다. 그리고 10년이 흐른 4일(현지시간)에는 감독으로 나서 ‘축구 종가’ 영국을 승부차기 끝에 물리치고 올림픽에서 4강 신화를 다시 썼다.
홍 감독은 서울 광장초등 5학년 때 처음 축구를 시작해 동북고, 고려대를 거쳐 프로축구 포항에서 뛰었다. 이후 일본 J리그로 자리를 옮겨 벨마레, 가시와 등에서 활약한 후 미국 프로축구 LA 갤럭시에서 은퇴했다.
축구 선수로서 홍 감독의 별명은 ‘영원한 리베로’였다. 특히 국가대표 A매치에 136경기에 출전해 10골을 터뜨리는 등 한국 선수 A매치 최다 출전 기록도 가지고 있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부터 대표팀 중앙 수비수를 맡아 2002년 한·일 월드컵까지 4회 연속 월드컵에 출전한 바 있다.
지도자로서는 2006년 독일 월드컵 때 대표팀 코치로 딕 아드보카트 감독을 보좌했고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 코치를 맡았다. 결국 2009년 2월 20세 이하 대표팀 지휘봉을 잡아 처음 감독 자리에 오른 홍 감독은 그해 이집트에서 열린 20세 이하 월드컵에서 한국을 18년 만에 8강에 올렸다. 2009년 10월 런던올림픽 대표팀 사령탑에 오른 홍 감독은 지난 2월 오만과의 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 원정 경기에서 3대 0으로 이겨 한국의 7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을 이뤄냈다.
홍 감독은 엄격함과 부드러움을 겸비한 지도자로 평가받고 있다. 좀처럼 웃는 얼굴을 보기 힘들 만큼 강한 카리스마를 갖고 있으면서도 선수들에게는 ‘형님 리더십’을 발휘하며 팀을 하나로 만들어냈다. 이런 바탕 속에 홍 감독은 결국 런던에서 4강 신화를 일궈냈다. 4일 영국과의 승부차기서 마지막 키커로 나선 기성용의 슛은 골대 왼쪽 윗구석으로 빨려들어갔다. 10년 전 스페인과의 승부차기에서 마지막 키커로 나서 오른쪽 윗구석에 꽂아 넣은 홍 감독의 완벽한 데자뷔였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