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런던올림픽] 지동원, 무회전킥 골로 기선 제압 수문장 정성룡·이범영 눈부신 선방
입력 2012-08-05 19:34
런던올림픽 축구 4강 신화는 지동원(선덜랜드)의 왼발에서 시작돼 골키퍼 이범영(부산 아이파크)의 손끝에서 완성됐다. 페널티킥 2개 중 하나를 막아낸 주전 골키퍼 정성룡(수원 삼성)도 ‘축구 종가’를 격침시킨 일등 공신이었다.
왼쪽 날개로 전격 선발 투입된 지동원은 전반 29분 왼발 무회전킥으로 영국 골문을 갈랐다. 영국 골키퍼 잭 버틀런드(버밍엄시티)가 방향을 읽고 손을 뻗었지만 그대로 골대 안으로 빨려 들어갈 정도로 강력했다. 극성스럽기로 소문난 영국 축구팬들을 일순간에 침묵하게 한 통렬한 골이었다. 연장 포함 104분을 소화한 지동원은 활발하게 미드필드와 골문을 오가며 영국 수비수들을 지속적으로 괴롭혔고 수비수들의 공격 가담을 사전에 막는 역할도 충실히 수행했다.
위기의 순간에는 수문장들의 활약이 빛났다. 정성룡은 1-1로 팽팽하던 전반 40분 에런 램지(아스널)의 페널티킥을 막아냈다. 전반 36분 오재석(강원FC)의 핸드볼 반칙으로 내준 첫 번째 페널티킥에서 램지에게 아깝게 골을 허용했지만 두 번 당하지는 않았다. 첫 번째 페널티킥을 왼쪽으로 차 넣었던 램지가 두 번째 페널티킥을 오른쪽으로 찼지만 정성룡이 미리 예측하고 몸을 날려 막아냈다. 객관적 전력이 앞서는 영국이었고 더구나 상대 홈그라운드였다. 역전을 허용했다면 내내 끌려다니며 힘겨운 싸움을 해야 했다.
정성룡의 부상으로 후반 17분 교체 투입된 골키퍼 이범영은 연장 전·후반 포함 60여분 동안 무실점으로 골문을 지켜냈다. 이범영은 ‘승부차기 공포’에 시달리는 상대를 자극하기 위해 적절히 시간을 끌며 노련하게 경기를 조율했다. 영국은 승부차기까지 간 역대 메이저대회에서 1승6패에 그친 팀이다.
피 말리는 승부차기에 들어가자 그의 진가가 드러났다. 4-4로 팽팽한 상황에서 영국의 대니얼 스터리지(첼시)의 슈팅을 막아내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범영의 움직임은 2002년 한·일 월드컵 8강전 스페인과의 승부차기를 연상시켰다. 당시 골키퍼 이운재는 스페인의 네 번째 키커 호아킨이 주춤거리다 오른쪽으로 찬 볼을 정확히 방향을 읽고 선방해 4강 신화의 주역이 됐다. 이범영도 스터리지가 킥 전에 한 차례 주춤거리다 오른쪽으로 찬 볼을 넘어지면서 막아내 ‘런던 4강 신화’를 완성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