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완석 국장기자의 London Eye] 흰색만 고집하던 윔블던 ‘색다른’ 변신

입력 2012-08-05 19:29


영국 런던은 1908년 처음 올림픽을 개최했었다. 당시 육상 수영 테니스 조정 체조 등 20개 종목 경기가 열렸었다.

1948년에 이어 3번째 올림픽을 개최한 런던의 경기장 가운데 1908년에도 경기가 열렸던 곳은 윔블던이 유일하다. 1868년 올잉글랜드 크로켓 클럽이라는 이름으로 창설된 윔블던 클럽은 테니스를 비롯해 골프, 크리켓 등의 스포츠클럽을 보유하고 있다. 잔디코트에서 열리는 윔블던 테니스 대회는 4대 메이저 대회 가운데 가장 유서 깊은 대회다.

지난 3일(현지시간) 윔블던을 찾아가는 길은 쾌적했다. 런던의 남부 사우스필즈 역에 내려 호젓한 주택가 도로를 20분을 걸어가야 했다. 클럽이 가까워오자 왼쪽으로는 골프장, 오른쪽에는 웅장한 센터 코트와 1번 코트 외에 수십 면의 보조코트가 위용을 자랑했다. 보조코트에는 서리나 윌리엄스(미국)가 4강전을 앞두고 코치와 함께 몸을 풀고 있었다.

미로 같은 계단을 통해 들어간 센터코트에는 빨간색 상의를 입은 세계랭킹 1위 로저 페더러(스위스)와 하늘색 상의의 후안 마틴 델 포트로(9위)가 접전을 펼치고 있었다. 관중석을 꽉 메운 1만여명의 관중들은 최고 수준의 경기력에 걸맞은 관중매너로 화답했다.

윔블던은 그동안 흰색 복장만 입는 것이 오랜 전통이었다. TV 중계에 맞춰 많은 종목이 컬러 운동복을 허용했지만 윔블던에서만큼은 흰색 복장을 고집했다. 올해 윔블던 여자단식 4강전을 앞두고 빅토리아 아자렌카(벨라루스)가 경기를 앞두고 몸을 풀다가 노란색 상의를 입었다는 이유로 클럽 관계자로부터 제지를 당했을 정도다.

하지만 이번 올림픽을 위해 윔블던은 색다른 변신을 했다. 빨갛고 파란 다양한 색상의 운동복을 허용한 것. 국제테니스연맹(ITF)이 올림픽은 윔블던 대회가 아니라며 흰색 복장만 고집하지 말 것을 권고했기 때문이다. 아자렌카는 초록색 스커트로 멋을 내며 윔블던 대회 때 노란색 상의를 금지당한 한풀이를 했다. 4일 열린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짙은 감색 원피스를 입은 서리나 윌리엄스는 붉은 색 민소매 차림의 마리아 샤라포바(러시아)를 꺾고 우승, 4대 메이저대회 우승에 이은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먼 훗날 런던에서 4번째 올림픽이 열릴 때 윔블던 대회도 컬러 복장을 허용할까.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 맞춰 윔블던도 생존을 위해 변화를 받아들였을 법하다.

런던=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