非朴 “대선후보 자격 심사해야”

입력 2012-08-05 19:10


새누리당의 4·11 총선 공천헌금 파문이 5일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경선 후보 사퇴 주장까지 나오며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의혹이 불거지자마자 ‘박근혜 책임론’을 제기한 비박(非朴·비박근혜계) 주자들은 3일 ‘경선 보이콧’과 4일 박 전 위원장의 ‘대국민 사과’ 촉구에 이어 급기야 대선 후보 자격까지 문제 삼았다. 박 전 위원장의 가장 민감한 부분을 정면으로 건드린 것이다.

경선 보이콧에 불참한 안상수 전 인천시장이 먼저 기자회견을 통해 “공천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면 박 전 위원장이 후보를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 등 나머지 경선 후보 3명도 “당내에서 아무도 하지 못한 용기 있는 발언”이라며 적극적으로 보조를 맞췄다.

이들은 경선 보이콧에 대해 “당을 망치는 일”이라고 비판했던 박 전 위원장을 거침없이 비난했다. 김태호 의원은 공동 성명을 낭독하며 “문제의 핵심 당사자인 박 전 위원장은 우리의 충정어린 애당행위를 해당행위로 몰고 있다”며 “오직 자신의 (대선후보) 추대식만 무사히 치르겠다는 생각으로 가득한 것 같다”고 비꼬았다. 김문수 경기지사는 “박 전 위원장은 망언을 자제해 달라”며 “지난 총선 공천은 대한민국 정당 공천의 최악을 보여줬고, 그 빙산의 일각이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비리를 기획하고 자행하고 은폐해놓고 비리를 지적하는 사람을 당을 망치는 사람으로 지목하는 적반하장 세력이야말로 당을 망치고 있다. 반드시 청산하겠다”고 했다.

당내에서 비박 측 입장을 수긍하는 목소리도 나오기 시작했다. 쇄신파 남경필 의원은 기자 간담회에서 “현 사태 책임의 정점에는 박 전 위원장이 있다”며 “국민들께 진솔하게 사과 말씀을 하는 게 옳다. 사과의 정도와 시기는 강하면 강할수록,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가세했다. 남 의원은 “황우여 대표는 사태 해결의 주체가 될 수 없다. 현실적으로 정치적 지도력을 이미 상실했다”고 지적했다. 김영우 대변인도 전날 황 대표 퇴진을 촉구하며 사퇴했다.

당 지도부는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하고 비박 측이 요구한 ‘5+2’ 연석회의를 수용했다. 비박 주자들은 박 전 위원장과 황 대표, 김수한 경선관리위원장 등이 참석한 회의에서 책임론을 다시 한번 주장했다. 양측의 입장차가 난항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경선 판을 흔들 절호의 기회를 잡은 비박 주자들은 4·11 총선 공천 전반에 대한 재검증 작업을 요구하고 있다. 사실상 박 전 위원장을 도마에 올려놓고 ‘대선후보 자격심사’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공천헌금 파문으로 여론이 최악인 상황에서 박 전 위원장이나 지도부가 거부할 명분도 마땅치 않다.

하지만 끝내 양측이 사태 수습 방안을 합의하지 못한다면 새누리당은 ‘불통(不通)’ 이미지로 덧칠된 박 전 위원장을 중심으로 반쪽 경선을 치르게 되는 셈이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