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나를 공격하는 사람들 멘붕”

입력 2012-08-05 22:10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비박(非朴·비박근혜) 주자들이 5일 우여곡절 끝에 경선 재개에 합의하면서 2주 정도 남은 경선 일정은 예정대로 치러지게 됐다. 하지만 합의에 도달하기까지 박 전 위원장, 비박 주자, 당 지도부는 하루 종일 보이지 않는 신경전을 펼쳐야 했다.

황우여 대표는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5인의 경선 후보를 비롯해 경선관리위원장, 당 지도부가 조건 없이 연석회의를 즉시 열어 모든 현안을 의논토록 하겠다”고 제안했다. 이어 “연석회의에서 대표 거취 문제 등 모든 문제가 논의될 수 있다”는 입장도 밝혔다. 황 대표는 또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발족을 유화책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뒤이어 기자회견을 가진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과 김태호 의원, 김문수 경기지사 등 비박 주자들은 공천 의혹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박 전 위원장이 후보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거세게 압박했다. 이들이 ‘박근혜 후보 사퇴 약속’까지 들고 나오면서 경선이 반쪽으로 치러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더욱 커졌다. 하지만 박 전 위원장을 비롯한 주자들이 연석회의에 합의하면서 분위기는 급반전됐다. 결국 오후 6시부터 2시간 동안 열린 회의에서 박 전 위원장과 비박 주자들은 경선 재개에 합의했고 비박 3인방의 경선 보이콧은 이틀 만에 막을 내렸다.

앞서 박 전 위원장은 이날 비박 주자들이 경선에 끝내 불참하더라도 남은 일정을 진행해야 한다며 자신만의 행보를 이어갔다. 20대를 겨냥한 정책토크에서 공천헌금 논란에 사과의 뜻을 밝히면서도 비박 주자들의 ‘후보 사퇴’ 주장에 대해서는 응할 뜻이 없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박 전 위원장은 서울 상암동 누리꿈스퀘어에서 안 전 인천시장과 단둘이 참석한 ‘20대 정책 토크 청년과 함께’에서 “이런(공천헌금) 의혹이 불거져 참으로 민망스럽다”고 했다. 이어 “제가 책임지는 위치에 있다면 더 엄격하게 처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선긋기’를 시도하던 이전 입장에서 한 걸음 물러서긴 했지만 비박 주자들이 제기한 박근혜 책임론에 대해서는 사실상 거부 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다. 특히 자신을 향한 비박 주자들의 공격에 대해 ‘멘붕’(멘탈 붕괴의 줄임말로 정신적 충격을 의미하는 은어)이란 표현까지 사용하며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박 전 위원장은 멘붕이란 말의 뜻을 아느냐는 질문에 “진위는 나오지 않았지만 믿었던 사람이 해서는 안 되는 일에 연루됐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멘붕이 되고, 아직 사실 여부도 모르는데 이걸 빌미로 저를 공격하면 이것도 멘붕”이라고 답변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