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런던올림픽] ‘빠른발 태극검법’ 펜싱코리아 일궜다
입력 2012-08-05 19:06
런던올림픽에 출전한 한국 펜싱 선수단이 금 2, 은 1, 동 3개를 획득하며 역대 올림픽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
한국 펜싱은 4일(현지시간) 열린 여자 에페 단체전 결승서 은메달을 따내며 이번 대회를 모두 마쳤다. 앞서 3일에는 남자 사브르 대표팀이 한국 펜싱 사상 처음으로 단체전 금메달을 목에 걸며 동·하계 올림픽을 통틀어 한국의 통산 100번째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한국이 이번 대회서 세계 펜싱의 중심부로 급부상한 데는 회장사인 SK텔레콤의 적극적 지원과 맞춤형 훈련, ‘한국형 펜싱 개발’ 등 지도자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
2003년부터 대한펜싱협회를 지원한 SK는 2009년 손길승 회장이 취임, 2020년을 목표로 펜싱발전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며 단계적인 투자를 해왔다. 이번 올림픽에 대비해 협회는 매년 12억원에 달하는 훈련비를 책정, 지도자들이 원하는 해외전지훈련은 빠짐없이 해왔다. 지난해 말에는 유럽 펜싱 강국의 강세 종목에 맞춰 ‘맞춤형 전지훈련’을 실시하는 주도면밀함도 보였다. 예를 들어 플뢰레는 독일, 사브르는 루마니아, 에페는 헝가리에서 전지훈련을 쌓았다.
국내 지도자들은 또한 유럽선수들에 비해 신장은 작은 대신 발이 빠른 한국선수들에게 ‘한국형 펜싱’을 정립해 선수들을 지도했다. 빠른 스텝을 이용해 치고 빠지는 한국형 펜싱은 결국 이번 대회에 빛을 발했다. 그동안 많은 유럽 코치들이 한국선수들의 열정에 반해 국내 문을 두드리기도 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협회는 또 각종 유럽대회에 분석관을 파견해 비디오를 찍어왔고 선수들은 태릉선수촌에서 대형스크린을 통해 이들을 분석하며 대응방안을 연구해왔다.
이와 함께 대회 초반 여자 에페 개인전 준결승에서 ‘멈춘 1초’로 인한 오심탓에 다 잡은 승리를 놓쳤던 신아람 사태는 역설적이게도 선수들에게 자극제가 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신아람과 함께 은메달을 딴 최인정(22·계룡시청)은 “오심사건이 선수들을 똘똘 뭉치게 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맏형’ 최병철(31·화성시청)은 오심 다음날 남자 플뢰레 개인전 동메달을 목에 걸으며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안겼다. 이어 김지연(24·익산시청)이 여자 사브르 개인전 금메달을 딴 것을 시작으로 남자 에페 정진선(28·화성시청)의 개인전 동메달, 여자 플뢰레 단체 동메달, 남자 사브르 단체 금메달 등 낭보가 잇따랐다. 심판들도 ‘그날 이후’ 공정한 판정을 하면서 더 이상 억울한 판정이 나오지 않았다. 결국 신아람의 희생으로 한국은 사상 최고의 성적을 거두는 쾌거를 이뤘다.
런던=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