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깡통 아파트’ 속출… 은행권 LTV 관리 비상

입력 2012-08-05 18:59


수도권 신도시를 중심으로 담보가치가 급락한 아파트들이 대거 쏟아져 나올 전망이다. 수도권 아파트 가격은 지난해 3월 말부터 매주 변동이 없거나 떨어지기만 하고 있다. 은행들은 담보가치인정비율(LTV)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시세가 분양가에 한참 못 미치는 ‘깡통 아파트’에 살게 된 입주자들은 집단 민원·소송에 나서고 있다.

5일 국민은행의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수도권 지역 아파트 가격은 지난 3월 5일 이후 22주 연속 하락 중이다. 1기 신도시인 경기도 과천 지역은 지난해 말과 비교해 6.3% 하락하며 가장 큰 감소 폭을 기록했다. 같은 1기 신도시인 고양 일산동구가 4.4% 하락하며 뒤를 따랐다.

2기 신도시인 김포 지역도 고양 일산동구와 같이 지난해 말보다 4.4%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업계와 금융당국은 수도권 가운데에서도 김포를 비롯해 판교·동탄·파주 등 2기 신도시 12만여 가구의 가격 하락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고 본다. 이들 지역의 아파트 가격은 2008년 신도시 건설 시점이나 고점 대비 평균 10% 가까이 하락했지만 입주 물량이 아직 4만여 가구나 남아 있다. 현재 판교의 2만여 가구 시세는 분양 이후 고점 대비 13%, 동탄·파주의 4만여 가구는 5∼6% 하락한 상태다.

이에 따라 2기 신도시에서 분양가를 기준으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사람은 LTV 급등에 따라 대출금 상환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예를 들어 2008년 판교에서 6억원에 아파트를 사면서 당시 LTV 50%를 적용해 3억원을 대출 받았을 경우 아파트 가격이 5억원으로 떨어지면 LTV는 60%까지 치솟는다. 대출금 가운데 5000만원은 LTV 초과 대출금이 돼 일시 상환을 하거나 가산금리를 물어야 한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깡통 아파트’ 입주자들은 집단 민원·소송에 기대고 있다. 기반시설 부족, 시공 하자 등을 이유로 분양계약 해지를 주장하면서 대출금을 갚지 않는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이 대표적이다. 금융·건설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제기된 수도권 아파트 가격 관련 손해배상소송이나 분양계약해지소송 건수는 100건에 육박한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자금이 부족한 중소건설사의 단지에서 소송이 잦다. 몇몇 법무법인이 브로커를 고용해 ‘기획 소송’을 벌이는 정황도 있어 대출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우리도 미국처럼 ‘바이백 리스(Buyback Lease)’를 도입하는 등 임대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바이백 리스는 담보가치가 급락한 주택의 소유권을 은행이 넘겨받고 통상 임대료보다 싼값에 3년 단위로 빌려주면서 원래 주인이 되살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일본은 주택임대 전문회사가 담보가치가 떨어진 주택을 사들여 임대하거나 집주인들로부터 임대받아 세입자에게 재임대하고 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