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대학생들, 서구경제 배우기 열심 감시 완화 등 변화중심에 장성택 있다”

입력 2012-08-05 19:11

“국제금융경영이 가장 인기 있는 학과입니다. 아마도 학과장이 이것을 공부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다고 학생들에게 말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평양과학기술대학교의 박찬모(77) 명예총장은 5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유일한 사립대학교의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박 총장은 미국 국적으로, 서울대 공대 졸업 후 미 메릴랜드대에서 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포항공대 제4대 총장, 대통령실 과학기술특별보좌관 등을 역임했다.

박 총장은 “평양과기대 학생들이 서구 경제를 배우는 데 정말 열심”이라면서 “기초가 좀 약한 부분이 있긴 하지만 수학을 잘해서 과정을 따라가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북한 학생들에게 자본주의는 낯선 개념이 아니냐는 질문에 박 총장은 “정보기술(IT) 분야 학생들까지 이미 돈을 벌기 위해서는 자본주의 경제를 배워야 한다는 걸 알고 있다”고 대답했다.

지난달을 포함해 평양을 수십 번 넘게 방문한 박 총장은 최근 북한에 의미 있는 변화가 일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과거에는 사진기를 들고 다니는 것도 금지했는데 지난달에는 비디오카메라를 갖고 다니며 평양시내를 자유롭게 촬영하는 것도 허락하더군요. 50명에 이르는 평양과기대 교수들도 감시가 훨씬 덜해졌다고 해요.”

그는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김정은 북한 국방위 제1위원장의 고모부이자 최고 실세로 알려진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있다고 지적했다.

박 총장은 “2002년 장 부위원장이 경제시찰단 일원으로 남한을 방문했을 때 처음 만났었다”며 “러시아에서 4년간 유학해서 그런지 그가 다른 북한 관료와 달리 신사적이고 다르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지난 4월 평양에서 열린 큰 행사에서 다시 그를 만났다는 박 총장은 평양과기대의 ‘세계화’를 지원하는 사람이 장 부위원장이라고 믿고 있다고 덧붙였다.

평양과기대는 2001년 5월 북한과 남한의 동북아교육문화협력재단이 건립계약을 체결해 이듬해 6월 공사를 착공한 뒤 2010년 10월 개학했다. 국제금융경영, 농생명공학, 전자및컴퓨터공학 등 3개 학과가 있으며 학부생 300명, 대학원생 70명이 재학 중이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