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 안녕하십니까] 입원 대체 기능 ‘낮병동’ 활성화 시급

입력 2012-08-05 18:32

서구 선진국들은 오래전부터 조현병 등 중증정신질환자 치료 및 관리 패러다임을 ‘입원(입소) 중심’에서 ‘지역사회 기반 서비스’로 바꾸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정신보건시설 내 관리 위주의 폐쇄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유일하게 정신과 폐쇄 병상 수가 증가하고 있다. 2000년 인구 1000명당 1.23병상이던 정신과 병상 수는 2008년 1.72병상, 2009년 1.45병상으로 늘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제시하는 적정 정신과 병상 수(1000명당 1병상)를 초과한다. 조현병 등 정신장애인의 평균 입원 일수는 2008년 233일, 2009년 160일이다. 호주(52.6일), 독일(25.3일), 미국(8일) 등과 비교해 현격히 길다.

반면 지역사회 기반 서비스의 지원과 환자의 사회복귀를 돕는 인프라는 턱없이 부족하다. 올해 보건복지부의 정신보건예산(340억원)은 전체 보건예산(7조9500억원)의 0.43%다. WHO가 권장하는 보건예산 대비 정신보건예산 비율(5∼15%)에 훨씬 못 미친다. 그나마 정신보건예산 중 98%는 건강보험 및 의료급여 지출 등에 집중되고 지역 정신보건센터에 지원되는 예산은 미미하다. 지역 내 조현병 환자 조기 발견과 사례 관리 등을 맡고 있는 시·군·구 단위 표준형정신보건센터는 전국에 174곳이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서 등록·관리되고 있는 조현병 환자는 2010년 현재 3만5000여명이다.

중앙정신보건사업지원단 이선영 박사는 “현재의 예산과 인력으로는 정신보건센터 소속 간호사 1명이 70∼80명의 환자를 관리해야 하는 형편”이라면서 “조현병 환자들의 사회복귀 전 단계 시설인 집단거주센터, 그룹홈 등을 늘리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조현병 등 정신질환자의 입원 대체 기능을 하는 ‘낮병동’의 활성화도 필요하다. 낮병동은 낮에 병원에서 각종 치료 프로그램을 함께하고 저녁에 귀가해 집에서 가족과 지낼 수 있는 ‘부분 입원’ 형태로 운영된다.

낮병동의 경우 환자가 하루 6시간 이상 머물러야 건강보험이 인정되기 때문에 의료기관들은 수익성을 이유로 낮병동 규모를 줄이고 있다. 2000년 82개에 달하던 전국 의료기관 내 낮병동은 2010년 말 60곳으로 줄었다.

김포 한별병원장 서동우 박사는 “대부분의 조현병은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상태에서 발병하지만 각종 보험제도의 한계로 조기 치료가 늦어지고 결국 상태가 악화돼 장기 입원 환자로 편입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발 방지 등에 효과가 입증된 최신 ‘장기 지속형 주사제’(2주, 4주에 한번씩 주사하는 치료제)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기준 확대도 절실하다.

민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