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종교갈등 격화 교회 전소·유혈 사태로… 대통령 “기독인 공격말라”
입력 2012-08-06 16:45
이집트에서 기독교인과 무슬림 사이의 종교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카이로 인근의 피라미드 마을에서 다림질 실수로 옷감이 손상되면서 시비가 붙은 기독교인 세탁소 직원과 무슬림 손님 사이의 감정싸움이 발단이 됐다. 무슬림들은 세탁소 직원이 다니는 교회에 불을 질렀고, 기독교인들은 지난 1일(현지시간) 대통령궁에서 “종교 탄압을 막아달라”며 집회를 열었다.
5일 이집트 일간지 알아흐람에 따르면 무함마드 무르시 이집트 대통령은 최근 피라미드 마을인 기자지역에서 기독교인과 이슬람교도 사이에 벌어진 유혈사태를 지목해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길 바란다”며 “무슬림은 기독교인들의 안전을 위협해서는 안 된다”고 발표했다. 이어 “사건은 법에 따라 종교적 편향 없이 처리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양 측의 갈등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기독교인들은 기자지역에 거주하는 기독교인 120가정이 ‘세탁소 사건’으로 모두 집을 버리고 떠났다며 근본적 대안을 정부에 요구 중이다. 이집트 콥틱정교회 관계자는 AP통신을 통해 “이집트 곳곳에 분포된 기독교인들이 자신들의 마을에서 쫓겨나고 있는 신세”라고 주장했다.
무슬림들은 유혈 충돌로 무슬림 1명이 사망했다며 기독교인들의 사과를 요구했다. 이집트 당국은 지난 3일 ‘세탁소 사건’으로 양측이 서로 화염병을 던졌으며, 무슬림 1명이 사망하고 진압하던 경찰 10여명이 부상당했다고 발표했다. 기독교인들은 재산상 피해만을 입고 사망자는 없었다.
이집트는 지난해 ‘시민혁명’으로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이 하야한 후 무슬림형제단이 정권을 잡으면서 최근 종교적 편향이 심해질 수 있다는 논란에 빠졌다. 이집트는 인근 이슬람국가에 비해 종교적 갈등이 심하지 않은 곳으로 알려졌으나 지난해 1월1일 알렉산드리아 교회에서는 예배 중 폭탄 테러가 발생, 24명이 사망했다. 이집트 기독교인은 1000만명으로 절대수는 많으나 전체 인구의 10%밖에 되지 않아 소수다.
노석조 기자 stonebir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