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급’이라고 다 똑같은 게 아니다
입력 2012-08-05 18:05
주부 강미영(41)씨는 요즘 고민에 빠졌다. 혼수로 사온 10년 된 냉장고를 양문형으로 교체하려는 데 제품을 고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계속되는 전력 위기 소식에 전기요금도 오른다는 뉴스까지 나오자 800ℓ가 넘는 대용량 냉장고를 사기가 망설여졌다.
그러다 보니 가전 매장에 가면 기능이나 디자인, 가격뿐만 아니라 냉장고 전면에 붙어 있는 에너지소비효율등급 표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어지간한 냉장고는 죄다 1등급인 것이다. 모든 제품에 똑같이 찍힌 1등급 표시, 과연 마음 놓고 믿고 사면 되는 걸까.
실제로 전문가들은 “1등급이라고 다 똑같은 게 아니다”라며 “제품의 소비전력을 살펴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에너지 등급이 뭐길래=에너지 소비 효율 등급이란 가전제품을 에너지 사용량 또는 에너지 소비 효율에 따라 1부터 5까지의 등급으로 구분하여 표시해 둔 것을 말한다.
등급을 표시한 노란색 스티커를 제품에 부착함으로써 소비자들이 에너지 절약형 제품을 손쉽게 판단해 구입할 수 있도록 하고, 제조업체에게는 생산단계부터 원천적인 에너지 절약형 제품을 생산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제도다.
등급이 높을수록 에너지 절약 효과를 크게 볼 수 있다. 1등급 제품은 5등급 제품보다 30∼40%의 에너지를 아낄 수 있다.
냉장고는 전원을 계속 켜 둬야 하고 일정 온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점 때문에 가전제품 중 소비 전력이 큰 편에 속한다. 5등급 제품을 사용하다가 1등급 제품으로 바꿀 경우 30∼45%의 전기를 절약할 수 있고 연간 3만5000원 가량의 전기요금을 아낄 수 있다.
김치 냉장고의 경우 제품마다 차이는 있지만 1등급과 2등급의 한 달 치 전기 요금을 비교하면 약 5000∼7000원 정도 차이가 난다. 에어컨도 12평 제품을 기준으로 할 때 에너지 효율 1등급 제품은 3등급 제품보다 35% 정도의 전기 요금을 절약할 수 있다.
그런데 일부 소비자 사이에서는 에너지 소비 효율이 낮은 제품에 비해 효율이 높은 제품들의 가격이 더 비싸기 때문에 오히려 소비 효율이 낮은 제품을 사는 게 이득이라는 이야기도 나오는 것이 사실이다. 세탁기의 경우 에너지 소비 효율 3등급 제품을 1등급으로 바꿀 경우 절약되는 전기요금이 연간 1500원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에너지관리공단 관계자는 “길게 보면 에너지 효율이 높은 제품을 택하는 것이 보다 현명한 선택”이라며 “고작 1500원 때문에 세탁기를 교체하느냐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지만 이산화탄소 배출량까지 줄인다는 측면에서 고려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1등급만 믿지 마라=1등급이라고 모두 다 똑같은 것은 아니다. 현재 양문형 냉장고의 경우 월 소비전력이 40kWh 이하면 모두 1등급이다. 그러다 보니 매장에서 1등급 아닌 제품을 찾는 게 더 어려울 정도다.
현재 대형 냉장고의 에너지 효율 1등급 비중은 95%, 김치 냉장고는 59%, 전기 냉·난방기는 57%, 가스 온수기는 56%, 세탁기는 49%에 달한다.
정부도 1등급 제품이 너무 많다는 지적을 의식한 듯 올 초 가전제품에 대한 판정을 까다롭게 하겠다고 발표했다. 1등급에 대한 기준을 강화해 1등급 비율을 10%까지 낮추겠다는 것이다.
이처럼 에너지 소비 효율 등급의 변별력이 떨어지자 전문가들은 전기세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소비전력을 확인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소비전력은 제품에 부착된 소비효율 등급 스티커에서 체크할 수 있다. 실제로 냉방 능력 6kW짜리 에어컨의 경우 시간당 소비 전력이 제조사, 모델에 따라 제각각이었다. 이에 따른 연간 에너지 비용도 2000∼3000원씩 차이가 났다.
업계 관계자는 “제품의 형태와 용량은 물론 출시 날짜에 따라 소비 전력이 조금씩 다르다”면서 “새롭게 출시되는 제품들은 그만큼 최신 장비를 쓰기 때문에 에너지 효율이 더 좋은 제품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