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런던 올림픽서 투혼 불사른 태극 전사

입력 2012-08-05 20:14

축구 사상 최초 4강, 펜싱 단체 은메달

런던올림픽에 출전 중인 우리나라 선수들이 연일 투혼을 불사르며 선전을 펼치고 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축구 종주국인 영국을 누르고 사상 처음으로 4강에 진출하며 한국축구 역사를 새로 썼다. 오심으로 금메달을 빼앗긴 펜싱 에페에서는 여자 선수들이 사상 처음으로 단체전 은메달을 목에 거는 쾌거를 이룩했다.

이들뿐 아니다. 국내에서는 비인기 종목이라는 이유로 별 관심을 끌지 못했던 사격, 양궁, 핸드볼 등에서도 탁월한 기량으로 금메달을 따거나 상위 랭킹 국가를 쓰러뜨려 계속되는 폭염으로 답답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 국민들에게 청량제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이름을 세계에 널리 알리는 것은 물론 국가의 소중함을 새삼 일깨워 국민화합의 기폭제가 되고 있다는 말이다.

어제 새벽 열린 축구의 경우 7만5000여명의 영국팬이 일방적으로 자국 선수들을 응원하는 가운데서도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을 치르면서 결국 승리를 이끌어내 기쁨이 더했다. 새벽잠을 설쳐가며 태극전사들을 응원한 국민들도 ‘축구 종가’를 넘어섰다는 흥분으로 전혀 피곤함을 느끼지 못했다. 선수들은 전후반 90분을 모두 뛴 뒤 연장전까지 가는 혈투를 벌인 다음 승부차기에서 승리를 거머쥐었다. 정신력의 승리요, 끈기의 승리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2002년 월드컵 8강전을 보는 것 같았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우리 정치권은 비리에 연루된 인사를 위한 방탄 국회 논란과 공천 장사로 국민들을 우울하게 만들고 있다. 입만 열면 국민들을 소중하게 알겠다고 떠들면서도 정작 하는 행태는 과거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이역만리 영국 땅에서 가슴에 단 태극기를 부끄럽게 하지 않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 쏟는 우리 선수들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이럴 수는 없을 것이다.

주목할 대목은 이번 올림픽을 통해 그동안 서구 전유물이라며 별로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종목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뤘다는 점이다. 펜싱의 선전 뒤에는 협회의 전폭적인 지지가 한몫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예산을 대폭 늘려 낡은 장비를 모두 새 것으로 바꾸고 경비가 들더라도 국제대회에 빠짐없이 참여하는 등 무척 공을 들였다고 한다.

양궁과 사격도 마찬가지다.

현대 스포츠에서는 투혼으로만 이길 수는 없다. 과거 춥고 배고프던 시절에 복싱과 같은 헝그리 종목이 반짝 빛을 발한 적은 있지만 이제는 스포츠도 과학과 전문성으로 무장하지 않으면 설 땅이 점점 좁아지는 시대가 됐다. 적절한 인재를 발굴해 과감한 투자로 과학적인 훈련을 체계화하지 않으면 승리를 담보할 수 없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이번 올림픽에서 최선을 다하고도 메달을 목에 걸지 못한 선수에 대한 따뜻한 격려와 위로다. 승리자가 모든 것을 다 차지하는 것이 냉정한 스포츠 세계이긴 하지만 끝까지 태극마크를 욕되게 하지 않기 위해 마지막 힘을 다한 선수들에게 박수를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