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엔高가 부른 세대갈등’

입력 2012-08-03 19:43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일본에서 엔화 강세가 세대 갈등의 새로운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2일(현지시간) 지속되는 엔고 현상이 장기불황의 늪에 빠진 일본에 세대별로 서로 다른 명암을 드리우고 있다고 분석했다. 은퇴 이후 연금과 저축으로 생활하는 노년층 세대의 경우 엔화가치가 높아질수록 물가하락으로 생활형편이 나아지기 때문에 엔고를 반기는 반면, 경제활동 연령층에게는 엔고가 제품의 가격 경쟁력 약화로 이어져 경기활성화의 걸림돌이 된다는 것이다.

끝 모를 장기불황의 늪에서 일본 기업들은 엔고 현상을 완화해줄 만한 환율정책을 기대하고 있지만 일본 정부는 여전히 별다른 개입을 하지 않고 있다. 이는 정부와 정치권이 노년층의 눈치를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NYT는 덧붙였다.

일본 경제전문가들도 정부의 이런 역설적인 태도가 갈수록 두터워지는 노년층의 존재감에 기인한다고 설명한다. 하라다 유타가 와세다대 정치경제학부 교수는 “지금은 고령자들이 이기고 있는 상황”이라며 “일본 정치권이 엔고 및 디플레이션에 대해 그저 인내하고 있는 듯한 태도가 결과적으로 세대 간의 충돌을 조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일본 정부가 ‘인생 90년 시대’를 기준으로 새로운 고령화 대책을 서두르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3일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중장기 고령화 대책인 ‘고령사회 대책 대강’을 연내 개정해 65세 이상을 일률적으로 피부양자로 규정했던 기존의 연령 기준을 바꾸기로 했다.

이 밖에도 일본 정부는 평균수명 90년 시대를 전제로 기업의 정년을 단계적으로 65세까지 높이는 것과 고령자의 재취업 및 창업 지원, 노후 소득 안정을 위한 사외 적립형 퇴직금 제도의 도입을 추진키로 했다. 일본 사회는 이미 은퇴한 고령자 비중이 전체 인구의 4분의 1을 넘어선 가운데 전후 베이비붐 당시 태어나 고도성장을 이끌어 온 ‘단카이(團塊)세대’가 은퇴하는 시기에 접어들었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