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공천헌금 파문] 경선 파행 현실로…박근혜 대선가도 빨간 불 켜지나

입력 2012-08-04 01:35


새누리당 비박(非朴·비박근혜계) 주자들이 공천헌금 의혹과 관련해 3일 밤부터 TV 토론회 불참 등 경선 보이콧에 돌입하자 전체 일정의 절반가량을 소화한 당 대선후보 경선이 중대 고비를 맞았다.

◇경선 파행=임태희 전 대통령실장, 김태호 의원, 김문수 경기지사 등 비박 주자 3명은 기자회견에서 공천비리 의혹에 대해 “특정인의 사당화로 권력이 집중돼 생기는 필연적인 부패와 비리의 결과”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공천비리가 박 전 위원장이 경선에서 유리한 고지에 설 수 있게 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것으로 본다. 김 지사는 “공천 당시의 각종 금품 의혹에 대해 오래 전부터 많이 들었지만 그런 얘기를 하는 것 자체가 의혹을 양산할 수 있어 자제해 왔다”며 “대대적인 쇄신과 개혁을 하지 않고는 미래가 없다”고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들은 황우여 대표의 사퇴를 요구했지만 진짜 칼끝은 공천 과정을 총괄한 박 전 위원장을 겨누고 있다. 대선을 앞둔 중차대한 시점에 당 대표의 사퇴가 현실화되기 쉽지 않은 만큼 이번 사태를 지렛대 삼아 어떻게든 경선 구도를 바꿔 보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비록 안상수 전 인천시장이 경선 완주라는 독자 노선을 택했지만 21일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까지 남은 일정은 파행으로 얼룩질 가능성이 커졌다. 당장 5일로 예정된 후보 간 정책토크와 6일 서울지역 합동연설회 등이 줄줄이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후보 3명이 불참하면서 박 전 위원장의 ‘원맨쇼’에 안 전 시장이 ‘들러리’ 서는 모양새로 전락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박근혜 “당 망치는 행동”=이런 상황은 당은 물론 박 전 위원장으로서도 달갑지 않은 것이다. 경선 룰 갈등에 이어 당 대선후보 선출까지 ‘나 홀로 경선’으로 이뤄질 경우 불통 이미지는 고착될 게 뻔하다 그렇다고 마냥 비박 주자들의 주장에 끌려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박 전 위원장 측은 이번 보이콧이 박 전 위원장을 흠집내려는 ‘어거지’라고 주장한다. 이 때문에 박 전 위원장 측은 공천헌금 파동 수습과 당내 경선은 별개라는 논리로 비박 주자들의 보이콧 주장을 반박하며 정면 돌파하는 쪽을 택할 가능성이 짙다.

박 전 위원장이 TV 토론 무산 후 “(경선 보이콧은) 당을 망치는 일로, 당에 대해 애정이 있으면 이런 식으로 행동할 수 없다”고 비판한 것도 그런 연장선상에서 해석된다. 박 전 위원장은 비박 주자들이 공천 과정에 각종 의혹을 제기한 데 대해 “비대위 시절 공천심사위원회가 엄격한 원칙을 갖고 도덕성, 국민 눈높이에 맞춰 공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제보자가 그때 당에 제보를 했더라면 확실한 원칙대로 결론이 났을 텐데 그때 제보를 안 한 것이 유감스럽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나래 유동근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