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런던올림픽] 남현희 울분 씻는 찌르기… 펜싱단체 사상 첫 메달

입력 2012-08-03 21:41


펜싱 피스트(경기장 무대)에 또 눈물이 떨어졌다. 또 대한민국의 눈물이었다. 그러나 이번엔 기쁨의 눈물이었다.

2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엑셀 사우스 아레나에서 열린 여자 플뢰레 단체전. 한국과 프랑스의 3~4위전 9세트에서 남현희(31·성남시청)가 경기 종료 1분50초를 남기고 상대 가슴에 검을 꽂아 넣었다. 경기 끝. 한국의 45대 32 승리였다. 가슴을 졸이고 경기를 지켜보던 정길옥(32·강원도청), 전희숙(28·서울시청), 오하나(27·성남시청)가 피스트로 우르르 몰려갔다. 그리고는 플뢰레 여자 개인전에서 아쉽게 메달을 놓친 남현희를 뜨겁게 얼싸안았다. 남현희의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런던 로열 템스 요트 클럽의 ‘코리아 하우스’에서 열린 기자회견. 2008년 베이징올림픽 개인전 은메달에 이어 2회 연속 메달을 딴 남현희는 목이 메어 말했다. “팀워크로 똘똘 뭉쳐 낸 성적이라 기쁨이 두 배예요. 유럽 강국을 제치고 우리 네 명이 시상대에 올라 손을 번쩍 들었을 때 그 기쁨은 말로 표현 못합니다.”

‘맏언니’ 정길옥은 여전히 흥분이 가라앉지 않았다. “나이가 많아 체력이나 기술이 떨어진다 싶을 때 (후배들을 보고) 자극을 많이 받아 더 훈련에 매진했어요.”

경기 중 왼쪽 손가락을 다치고도 부상 투혼을 발휘한 전희숙도 한마디 거들었다. “3~4위전 때도 많이 아팠는데, 아프더라도 꼭 뛰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언제 다시 이런 기회가 올지 몰라 아픈 걸 잊고 뛰었습니다.”

전희숙은 2010년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선배 남현희와 금메달을 다퉜을 정도로 기량이 급성장했다. 한때 세계 랭킹 4위까지 올랐던 적도 있다. 전희숙은 남현희를 넘어서려 했고, 남현희는 전희숙을 견제하려 자신을 채찍질했다. 한국 여자 펜싱이 단체전에서 강세를 보인 건 두 선수의 기량이 엇비슷해졌기 때문이다.

막내인 오하나는 승인을 이렇게 분석했다.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에서 뛰어 보고 싶어서 다들 열심히 훈련했고, 그런 모습이 서로에게 자극을 줘 시너지 효과를 낸 것 같아요.”

여자 플뢰레 4인방은 때로는 동료로서 서로에게 힘이 돼 줬고, 때로는 라이벌로 선의의 경쟁을 벌여 마침내 한국의 첫 올림픽 펜싱 단체전 메달을 낳았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