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받고 불량종자 묵인 공무원 20억 부당이득 수입업자 등 영장

입력 2012-08-03 19:04

발아율이 떨어지는 불량종자를 수입해 정부에 납품한 업자와 이를 묵인해주고 뇌물을 받은 공무원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이렇게 납품된 불량종자 탓에 일부 농가에서는 밭을 갈아엎거나 아예 파종하지 않고 종자를 폐기처분하는 등 피해가 속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3일 종자 수입업자 김모(44)씨로부터 수천만원의 뇌물을 받은 농림수산식품부 공무원 홍모(45)씨와 농협무역 팀장 안모(41)씨 등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홍씨는 김씨로부터 종자 검역과정에서 편의를 봐달라는 청탁과 함께 2500만원을 받고, 안씨는 불법종자 납품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묵인하는 대가로 3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챙긴 혐의다. 김씨는 지난 2009∼2011년 품종이 확인되지 않거나 수확연도가 오래 돼 발아가 잘 되지 않는 외국산 종자를 수입한 뒤, 종자분석증명서·원산지증명서 등을 위조해 정부에 납품하는 방식으로 총 20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김씨가 한국영농신문 대표 민모(55·구속)씨에게 로비명목으로 건넨 8000여만원 중 일부가 당시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이던 H의원에게 흘러간 정황을 포착해 자금 흐름을 추적하고 있다. 민씨는 농식품부 고위 관계자를 비롯한 정·관계 친분을 과시하며 로비 명목으로 종자 수입업자들로부터 7600여만원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로 지난 1일 구속 기소됐다.

경찰은 H의원의 주변인물을 불러 조사했으나 민씨가 받은 돈이 실제로 H의원 측에 건너간 흔적은 아직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관계자는 “민씨가 돈을 받은 것은 확인됐으나 이 돈이 H의원에게 흘러갔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H의원도 “민씨가 나를 빙자해 업자로부터 돈을 받았다가 한 달 반 만에 되돌려줬다는 사실을 최근 언론보도를 보고서야 알게 됐다”며 금품수수 의혹을 부인했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